화요일, 12월 1, 2020

Book Review : 한국 현대건축 평전

한국 현대건축 평전

박길룡 저

학창시절, 외울 것이 빼곡한 역사책은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누가 떠밀지 않았는데도 가끔씩 역사책을 들여다보게 됐다. 내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쯤에 서 있는지, 그래서 결국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근원을 역사 속에서 찾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금도 진행 중인 역사의 흐름, 그 과정과 발전 속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자존감을 회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방법이기도 했다.

책 『한국 현대건축 평전』은 제목 그대로 한국사회에서 현대성을 띤 건축을 발견할 수 있는 시대의 폭을 놓고 그들 건축을 평하는 짧은 에세이들의 묶음이다. 담론의 큰 틀은 시대 축으로 전후 복구시기부터(1954년~) 오늘날(contemporary)에 이르기까지 대략 60년 동안이며, 그 속에서 현대성의 이슈인 정치/ 자본, 지역성/ 전통/ 한국성, 조형/ 형태, 기술 등의 변수가 건축의 표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평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꾸지람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것은 한국 건축이 가난한 시대상황 속에 급하게 쌓아올려지며, 결과적으로는 건축가의 역량 부재, 담론의 부재, 건축 기반의 부재라는 영양실조의 상태를 방임해왔음을 꾸짖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에 이르러 모든 “부족함”들을 극복하고 건강한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이상과 현실의 경계 속에서 건축을 실험해온 기둥과 같은 선배 건축가들과, 빠른 속도의 기술발전과, 자기성찰을 통한 담론의 형성과, 사회 인식과 자본흐름의 변화, 그리고 한국적 모더니즘의 가능성을 발견해나가는 오늘날의 건축생태계의 현상 때문일 것이다.

한국 현대건축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한국의 건축가가 스스로의 근원을 찾고 자존감을 정립해나가는 데 필요한 하나의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평전이라는 점에서 건축가를 포함한 광범위의 건축분야 종사자들, 도시를 구축하고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국사회의 건축의 방향과 비전을 공유하고 개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글: 박선희

About MasilWIDE

Architecture Communication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