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건축잡다_확실하게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나아가는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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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과 더하이브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해달라.

이상민_더하이브(The Hive) 대표

(주)더하이브는 전동공구를 제작하는 회사로, 그 곳의 대표을 맡고있다. 창업을 준비했던 기간까지 올해로 9년째다. 흔히 공구라고 생각하면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크고 무서운 공구를 떠올린다. 더하이브는 ‘UBU(Usual But Unusual-익숙하지만 뭔가 다른)라는 R&D 콘셉트 아래 일상 생활에서 유용한 공구를 제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4학년까지 마치고 자퇴했고, 3개월의 짧은 회사 생활을 한 뒤 바로 창업하게 됐다.


건축 전공하면 대개 건축가를 꿈꾼다. 과거 타 인터뷰에서 자신도 건축가를 꿈꿨던 적이 있다고 말했었다. 현재는 300억 원 가치의 스타트업 CEO로 자신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더 하이브의 창업 계기 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중학생 때부터 건축가가 되고 싶어서 관련된 서적을 찾아서 읽었었다. 건축 공부할 때 더할나위 없이 행복했다. 굉장히 멋진 직업이지만, 건축 설계를 하는 사람으로 배우며, 걸어오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고, 부모님이 연로하신 상황이 나에게는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군대에서 복학하고 1년 뒤 운이 좋게 IT회사 전략기획팀에 취직했으나, 이 또한 나의 길이 아니라고 느꼈다. 그렇게 그 회사도 그만두었다. 이렇게 진로에 고민하던 이 시기가 인생에서 가장 막막했던 시간이었다. 복학하기도 어려웠고, 아르바이트를 하자니 나의 20대가 아깝다고 느꼈다. 당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제품에 대해 사업계획서를 일주일 밤새워가며 만들어 봤다. 계획서를 만들면서 전율이 느껴졌고, 망하든 흥하든 2년이면 도전해볼만 하다 싶었다. 이 과정이 창업까지 이어지며 지금까지 오게 됐다.

독자들을 위해 더하이브의 대표 작품인 ‘USB 충전식 전동 드라이버’에 대해 소개해달라.

더하이브의 USB 충전식 전동 드라이버는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사용이 가능한 충전식 드라이버다. 앞에 사업계획서는 바로 이 드라이버에 기술에 대한 사업계획서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창업을 계획하고 기획했던 것은 아니다. 회사 생활 당시 좁은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동 공구가 없어서 불편했다. 내가 만든다면 업무 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에는 제품보다 궁 시장과 동향이 궁금했다. 공구 시장은 철저한 레드오션(Red Ocean)[1] 시장이다. 산업용과 비산업용 그리고 브랜드와 노브랜드의 가격, 성능, 품질 등 에서 차이가 굉장히 컸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시장안에서도 ‘나를 위한 제품은 없다’고 생각했다. 나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공구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은 공구 브랜드, 전문용어(토크N.m, RPM, Li-Ion 등)도 모르고, 뭐가 나에게 맞는지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 당시 임금과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DIY가 급격하게 성장을 하고 있었다. USB 전동 드라이버가 있다면 그런 공구 시장의 경계를 허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산업용과 비산업용을 나누지 않을 성능과 품질, 그리고 가격.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고, 누구나 만족하고, ‘이 세상의 모든 수동 스크류드라이버를 대체한다’라는 게 더하이브 USB 전동 드라이버의 목표이다.


[1] 이미 잘 알려져 있어서 경쟁이 매우 치열한 특정 산업내의 기존 시장

최근 더 하이브는 ‘3년 뒤 상장이 유력한 스타트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러한 성장 과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잠깐 치킨집을 예로 들어보겠다. 치킨집을 열기 위해선 일단 내가 치킨을 좋아해야 하고, 잘 되는 치킨집이 왜 장사가 잘 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제품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좋은 품질의 드라이버를 만들기 위해 내가 살 수 있는 모든 공구를 전부 분해했고, 분석했다. 큰 전동공구 회사에 찾아가서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부품을 구하려고 청계천에서 살다시피 하기도 했다. 쫓겨난 적도 많지만 생각보다, 젊은 사람이 제조를 하고 싶다고 선배 기업을 찾아 다니는 점을 기특하게 봐주기도 했다. 노력한 만큼 많은 도움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시장에 대한 파악도 중요했다. 한국은 세계 전동 공구 수요가 1%도 안되기 국가다. 때문에 창업 초기부터 국내 시장보다 해외 영업에 집중했다. 수많은 해외 전시회에 직접 참여하며 제품을 알렸다. 그 결과 현재 매출의 93%는 수출액이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어려운 일이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듣고 싶다.

어려운 일이 성장 단계에 따라 다르게,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 어렵다. 그 중 가장 힘들었던 일은 자가 공장을 세울 때였다. 나에게는 굉장히 큰 규모였다. 부지가 2,200평이었고 건물은 두 동이었다. 실무 경험은 없지만 건물 콘셉트부터 자재, 동선 등에 전부 참여했다. 건축을 안 하길 잘했다 싶을 만큼 힘들었다. 자금 계획을 세웠는데, 뜻대로 금융기관들의 협조를 수월하게 받을 수 없었던 점도 힘든 점 중 하나였다. 나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 시공사까지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의 더 하이브의 공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장 자체도 충분히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공장’에 대한 시선을 보고 우리나라가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건축을 전공한 것이 현재의 일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그 생각하는 이유와 예시가 있다면 함께 듣고 싶다.

건축 공부를 한 사람은 실로 다재다능하다. 설계, 디자인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발표 스킬까지 가지고 있다. 기획이나 영업을 할 수 있는 손과 발이 만들어져 있다는 뜻이다. 이는 사회에서 굉장히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국가지원 사업에 발표를 한 적이 있다. 건축학 전공인데 기계 제조업을 하고, 창업주가 나이까지 젊으니 심사위원들은 다소 의아해 했다. 하지만 발표 자료를 보고, 발표가 끝나고 나서 ‘역시 건축학과 출신이라 발표가 깔끔하네요’라는 심사위원의 말을 들었다.

 무엇보다 건축 공부에 매진했던 시절, 파리의 아랍문화원을 직접 찾아가서 봤을 정도로 장 누벨을 굉장히 동경했다. 아랍 문양을 나타내는 파사드와 빛을 조절하는 조리개 등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건축의 감명을 받았다. 현재 내가 건축과 관련없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건축물은 건축가의 의도대로 사람들이 생활하게 되는 수동적인 면이 있다면, 공구는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그 공간을 자기 스타일로 만들어 사용하게 해주는 능동적인 면을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현재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가 언제인가.

많다.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업들과 협업할 때다. 짜릿함을 느낀다. 성취감이 일을 계속하도록 만드는 원동력같다. 또, 회사에 응원 전화가 많이 온다. 해외 제품인 줄 알았는데, 한국 제품이라 너무 반가워서 전화했다는 사람, 좋은 제품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사람. 이런 사람들의 전화가 회사로 걸려올 때가 있다. 직원들이 그런 전화를 받아서 행복해 할 때 다른 보람이 느껴지기도 한다.

올해 기존의 드라이버 2세대 모델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들었다. 더하이브의 단기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자사 브랜드인 ‘HYBRO’는 하이브리드에서 어원을 따왔다. 수동과 전동을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의 시장을 더하이브가 최초로 열었다. USB 전동 드라이버는 HYBRO의 H시리즈이다. H300부터 H900까지 2022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Y-B-R-O 시리즈까지 영역을 넓혀H-Y-B-R-O 공구를 완성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다.

아직도 전동과 충전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분야가 너무나 많다. 더하이브의 로고는 6개의 육각모형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전동공구 분야는 이 중 한 개의 육각 모형을 채웠다. 장기적으로는 라이프 스타일을 향상시켜줄 수 있는 제품과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스타트업을 준비 하는 건축인들에게 한 마디 전해달라.

또래에 비해서 많은 경험을 해오면서 느낀 점은 ‘직업은 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직업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 후회가 된다면 그건 선택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경로를 변경하는 것에 있어서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큰 좌절이 올 수도 있다. 이 때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내가 진짜 원하는게 있느냐’다. 그게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진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고난을 감내할 때, 힘들더라도 설레임이 느껴졌다. 여러분들도 그 설레임을 찾는다면 적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뷰 진행: 고현경 기자 / 자료제공: 더하이브(The Hive)

::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19년 11월호(462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