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1월 14, 2018

부천아트벙커 B39: Light Matters 전시 오프닝

산업화 시대를 지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80-90년대에 지어진 기피시설이 그 모습을 탈바꿈하고 있다. 당인리 화력발전소와 중랑물재생센터가 지하화를 확정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모하여 문화시설로의 변화를 꾀하고, 1급 보안시설로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던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부천아트벙커 B39 또한 90년대에 부천 삼정동에 지어진 쓰레기 소각장이었다. 2010년 가동을 중지하고 시민토론과 다양한 참여를 통해 B39의 새로운 모습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2018년 6월, 드디어 새 단장을 마친 부천아트벙커 B39는 그 시작을 프랑스의 비주얼 아티스트 기욤 마망(Guillaume Marmin)과 함께 했다.


기욤 마망은 음악부터 공연예술까지 여러 장르의 요소를 연결하여 다양한 감각을 자극한다. 그의 작업 속에서 미디어는 언어로 작용하며, 프로젝션 맵핑, 3D프린팅, 사진, 모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들이 사용되어 작품 속에서 재구성된다. <Light Matters>전은 기욤 마망의 두 작품을 소개한다. 뉴질랜드 출신의 아티스트 렌 라이(Len Lye)와 미국 영화감독 스탠 브래키지(Stan Brakhage)와 같은 실험적인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받을 두 작품은 프로젝터와 레이 라이트를 이용한 체험형 전시로 구성되었다. 안내를 받고 전시관 내부로 조심스럽게 들어서면 그의 작품 중 티마이오스(Timée)를 먼저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오디오 비주얼 설치 작품으로, 리옹에 있는 천체물리학 리서치 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작품이다. 음악은 필리페 고르디아니(Philippe Gordiani)가 맡았고, 설치는 샤를리 프레네아(Cherly Frenea)가 맡았다. 피타고라스의 천체 음악 이론을 발전시키고 플라톤의 티마이오스(Timaeus)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4m x 3m의 대형 스크린의 작은 틈으로 새어 나오는 레이 라이트와 오묘한 음악은 그 자체로 우주의 기원을 보여주는 듯하다. 빛을 바라보며 멍하니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우주 공간에 와있는 듯
주변의 소리 또한 멀어진다.


다음 전시관으로 이동하면 그의 다른 작품인 빛, 더 많은 빛을!(Licht, mehr Licht!)이라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은 120개의 프로젝터를 통해 수평선을 그리는 빛 사이를 통과하며 감상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제목은 광학이론에 매료되었던 괴테가 죽기 직전에 남긴 말로 알려져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경험한 메아리 혹은 울림을 표현하며,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이 말하는‘ 불빛의 터널’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빛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음악이 흘러나오며, 불빛의 터널을 오가며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과 오가는 사람을 지켜보는 사람 모두 각자의 감상을 얻을 수 있다. 곧게 뻗은 빛은 관통하기보다는 건너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빛 사이를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몸에 부딪힌 빛이 더 밝아 보여 물리적인 작용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밝은 곳에서 빛이 차단된 전시관으로 들어서면 밝은 빛을 뿜어내는 그의 작품에만 온 신경이 곤두선다. 이를 통해 그가 의도한 우주의 기원과 죽음의 문턱으로 순식간에 빠져들 수 있다. 시각만 이용하여 관람하는 전시가 아닌 다양한 감각을 깨우는 전시의 작품을 두 작품 밖에 관람할 수 없던 것이 아쉬웠지만, 이것을 위해 부천아트벙커 B39를 방문하는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6월 1일에 전시 오프닝을 성황리에 마친 기욤 마망의 <Light Matters> 전은 8월 19일까지 진행된다. 전시 기간 중에도 부천아트벙커 B39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보존되어 있는 소각 시설과 통제실 일부도 관람할 수 있다. 부천(Bucheon), 벙커(Bunker), 무경계(Borderless)를 뜻하는 B39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마주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취재: 최지희 기자

*위 기사는 월간건축문화 7월 호(vol.446)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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