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EAK ISLAND

 

대안공간루프에서 박형근 작가의 개인전 《BLEAK ISLAND》가 개최됐다. 이번 전시는 2005년부터 약 17년 동안 제주의 표면을 대형 카메라로 기록하며 활동해 온 작가의 사진전이며 제주의 표면에서 발견된 100여년간의 근대사 흔적들을 쫒는다. ‹다랑쉬(2008)›는 화성의 붉은 표면 같아 보인다. 이곳은 1948년 4.3 사건 당시 굴 속에 숨어있던 마을 사람 11명이 나오지 않자, 그 입구에 불을 피워 질식사를 시켰던 집단 학살의 현장이다. 다랑쉬 마을 전체는 사라졌고, 1992년에서야 시신을 발견한 그곳이다. 척박해 보이는 다랑쉬 오름 사이로 마치 화성의 기지 마냥 둥근 지붕을 한 건물 11채가 생뚱맞게 놓여있다. 이제는 운영을 하지 않은 펜션 산업의 잔재다. 4.3 사건과 관광업을 위한 부동산 개발이 나란히 제주의 표면을 만든다. ‹일출봉(2010)›은 일제 강점기에 만든 진지동굴을 촬영한 사진이다. 어두컴컴한 동굴 밖 새하얀 세상은 미지의 파라다이스를 연상시키는 듯 하지만, 사진 밖 역사는 그 반대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제주의 전 지역을 요새화했다. 태평양 전쟁 말기 제주는 일본군 6만 명이 주둔하며 미군과의 결전을 대비하던 전략적 기지였다. 작가가 어릴 적 친구들과 놀던 해안가 동굴은 자연 동굴이 아닌, 일본군이 뚫어 놓은 진지동굴이었다. ‹도두(2015)›는 제주를 에워싼 바다를 기록한 작업이다. 푸른색과 짙은 초록색, 회색의 바다와 하늘은 경계 없이 끝없는 안개에 뒤덮여 있다. 박형근은 제주의 바다는 ‘감시의 바다’라 말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제주의 근대사, 어두운 바다가 제주를 첩첩이 에워싸고 있다. ‘낭만적인 제주 풍경은 허구’라고 작가는 잘라 말한다. 박형근의 사진은 제주의 표면 너머 어떤 현실이 있는지 질문한다. 그의 사진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표면 이면의 세계와 역사에 대해 추론하고 상상한다. 더 이상 실재하지 않는 역사의 순간을, 그 남겨진 흔적을 포착한 사진을 통해 상상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그의 사진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시간의 어느 순간을 연도별로 포착한다. 그의 카메라는 각각의 이해에 따라 제주의 표면이 빠르게 변화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BLEAK ISLAND
기간  2021년 8월 26일 ~ 2021년 9월 26일
장소  대안공간루프
홈페이지  http://altspacelo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