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DU/JOH SUNGWOOK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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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고 돌아와 타지에서의 기억들을 더듬어 보면 머물렀던 숙소의 쾌적함에 따라 추억의 질이 좌우된다. 좋은 곳에서 좋은 것 보고 좋은 음식 먹고 숙소로 돌아와 내 집처럼 포근한 이부자리에 드는 순간의 쾌감은 여행지에서 느낄수 있는 최고의 힐링이 아닐까.세계 곳곳에 여행을 많이 다닌 젊은 건축주 내외는 호화롭고 화려한 숙소 보다는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고 허름해도 그 지역의 토속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사람 냄새가 나고, 집 밥과 같은 조식을 먹을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안식처를 만들고자 했다. 명칭도 그래서 ‘펜션’,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통속적인 것들 보다는 ‘고향에서 먼 곳에 지은 집’이라는 단어와 ‘나그네가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ERIDU, cafe & beds’ 라고 명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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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앞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의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삼각형 모양의 부지는 오랫동안 제주 특산물인 감귤나무로 가득했던 농장이다. 남으로는 바다, 북으로 한라산이 조망되고 대지 주변은 제주도에서 흔히 볼수 있는 돌담으로 둘러쌓인 정겨운 마을이다. 이런 대지 위에 무언가를 지어야 한다는 마음이 편치 않아 나무들을 최소한으로 건드리면서 건물을 앉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설계는 시작되었다. 560평의 대지에는 건축주 내외의 집 20평, 부모님 내외의 집 30평, 5개의 원룸 게스트하우스들, 그리고 40여평의 카페와 가족실과 세탁실 등 부대시설들을 모두 합쳐 150평 가량의 면적이 요구되었다. 각각의 시설들은 서로 인접해 있을 필요가 없는, 오히려 이격되어 있을수록 좋은 시설들이기에 한 개의 ‘건물 덩어리’ 보다는 한 개의 구조와 설비로 모든 시설들이 이어져 있으면서도 각각의 공간들은 서로 떨어져 있는 형태로 계획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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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는 카페와 가족실이, 2층에는 새로운 대지의 판을 만들어 그 위에 다섯 채의 게스트하우스들이 각자의 마당을 가지고 산과 바다를 향해 배치되어 있다. 복잡한 도심지를 떠나고픈 도시인이라면 만끽하고 싶은 작은 로망인 나만의 잔디 정원을 각 게스트하우스에 두고 객실 내에서는 잠 자고 씻을 공간만 남겨 자연 속에 묻혀 있는 느낌을 갖게 하였다. 많은 감귤나무들의 자리를 대신하여 그 자리에 건물을 앉혔지만, 결국 그 자리에는 새로운 대지의 판이 만들어져 다시금 자연을 심은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기 집에서는 외부로 나가야 카페로 갈 수가 있고, 1,2층으로 구분되어 있는 건축주와 부모님댁은 각자 별도의 출입구를 두어 서로 분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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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장재는 이 곳에서는 너무도 흔하지만 제주도 외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는 ‘곶자왈돌’-주로 담장으로 사용하는 돌-을 이용하여 바깥의 돌담이 우리 부지로 따라 들어와 건물의 외벽에까지 이어지는 그런 돌담과 같은 형상의 건물을 만들고 싶었다. 물론 곶자왈돌 시공자들도 다 현지의 돌쟁이들이였다. 완공하고 첫해를 보내며, 에리두에서는 벌써 여러 차례의 콘서트와 이벤트들이 치뤄졌고, 연예인을 포함해 반 이상이 외국인 숙박객이라는 건축주의 자랑을 들으니, 시집 가서 잘 살고 있다는 딸의 소식을 들은 애비의 마음 처럼 푸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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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조성욱건축사사무소(조성욱)
대지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포동 2016
용도: 다가구주택
건축면적: 368.39㎡
대지면적: 1,846㎡
연면적: 473.14㎡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규모: 지상 2층 + 다락
외부마감: 스터코플렉스 외단열시스템 그래뉼
내부마감: 도장, 벽지, 원목마루, 자기질 타일
공사기간: 2013. 09. 26 – 2014. 07. 30
디자인팀: 김진경, 조경빈
사진 : 이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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