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2월 2, 2020

[Interview] 건축잡다_김승혜, 행복을 전하는 플로리스트

김승혜_플로리스트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명지대학교에서 건축 설계를 전공하고 현재는 17년 된 꽃집 ‘플라워 페이지’의
6년 차 플로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꽃다발·꽃바구니 제작, 화분 심기 등 일반 로드숍에서 하는 일부터 꽃꽂이 수업, 실내조경, 웨딩 및 기타 행사 장식 등 다양한 생화 디자인과 식물과 관련된 전반적인 일을 한다.

건축을 전공하고 다른 분야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건축을 공부하면서 설계 공부 자체에서 느끼는 흥미보다 기타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던 다른 분야들에 더 흥미가 있었다. 학생 시절부터 내가 설계를 선택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건축처럼 다양한 학문을 접하고 즐길 수 있는 학과도 없다는 생각에 5년의 긴 학부 생활을 이어갔다.
학창시절 학기 중과 방학, 휴학의 시간을 백분 활용하여 건축설계사무소 인턴은 물론 그 외 수학·영어 파트타임 강사, 수제가구 제작, 해외 봉사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며 나에게 꼭 맞는 직업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다.
졸업 후 건축 관련 강연을 기획하는 일을 하다 적성에 맞지 않아 결국 다시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친구가 꽃을 판매하고 싶은데, 본인이 디자인을 할 테니 내가 그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일을 도와줄 수 있는지 제안했다. 남는 시간에 한번 해보겠다 싶어 시작한 일이었다. 생각보다 꽃이 잘 팔렸고, 친구 혼자 제작하는 것이 무리가 있어 나도 한번 제대로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 본업이 되었다.

김승혜 플로리스트가 작업한 꽃 바구니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이 필요했는가.
꽃집은 창업이 쉬운 업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해외 및 국내의 유명한 플라워 숍에서 한 달 내외 기본 수업 후에도 바로 창업하는 분들을 많이 보았다. 간혹 미적 감각은 뛰어나지만 기본기가 부족하여 아쉬운 경우를 종종 본다.
조금 고리타분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나는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공부하고 웨딩 홀, 행사, 꽃집 등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실무 경험을 익히면 좋을 것 같다.
꽃 공부는 아무래도 비용적인 부담이 큰데 국비지원 과정을 통한 수업이 상당히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을 추천한다. 직업적인 고민이 있다면 일반 취미 클래스보다는 화훼장식기능사반 같은 전문 강의를 듣고 자격증을 취득하면 아무래도 유리하다.

건축을 공부한 것이 현재의 일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내 눈에 보기 좋은 작품을 일방적으로 제작해나가기 보다 고객의 취향과 목적에 부합하고 공간과 목적에 잘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대학시절 설계 수업 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방면에서 고민하고 순차적인 기획 단계를 밟았던 것을 응용할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공간 장식을 하거나 기획 도면을 구상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현실적으로 건축학과는 디자인 분야에 포함되어 화훼장식 기사, 조경 기사 등의 자격증을 딸 때 학부 자격 요건에 해당해서 그 부분이 가장 좋았다.

플로리스트로 일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나 보람을 느낀 일이 있다면 듣고 싶다.
꽃만 판매한다는 생각보다 늘 행복한 마음, 응원, 위로 등을 함께 곁들인다는 생각을 한다.
가게 앞에 늘 시를 적어둔 칠판을 놓는데 그 시를 보고 위로가 되어 꽃을 사러 들어오셨다는 분을 볼 때, 꽃을 만지며 늘 웃고 있는 나와 사장님의 모습이 행복해 보여 꽃을 살 일이 생기면 꼭 여기에 와서 사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꽃집에 왔다는 분을 볼 때, 퇴직하는 친구에게 꽃과 함께 카드를 쓸까 말까 고민하시기에 대신 적어드리니 꽃만큼이나 감동이 된다며 펑펑 우시는 분을 볼 때. 내가 그저 돈을 받고 꽃을 판다는 느낌보다 사람의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사실에서 나에게도 큰 감동과 위로 그리고 큰 보람이 된다. 이런 순간들은 삶과 일, 사람을 대하는 나의 자세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건축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가.
졸업 이후 건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도 물론 한 적 없다. 건축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성취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 너무 멋있지만 그것이 나의 분야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현재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건축을 전공한 것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고 참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플로리스트로서, 또는 그 외에도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일이나 앞으로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꽃을 디자인하는 것도 즐겁지만 식물, 나무 등에 관심도 큰 편이다. 조경 기사를 준비했는데 벌써 두 번이나 떨어졌다. 공부의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도전하기가 겁나는 시험 중 하나다.
다시 도전해서 자격증도 따고 조경 쪽 공부도 열심히 하여 생화 디자인 뿐만이 아닌 조경 디자인으로도 내 능력의 범위를 넓히고 싶다.
꽃을 만질 때 만큼이나 흙과 나무를 만질 때도 기분이 좋다. 결과적으로 내가 공부하고 노력해서 이루고 싶은 것은 나의 행복이지 않은가 싶다.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다양한 형태로 건축을 하는 건축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달라.
종종 듣지만 늘 답답한 질문이 있다. “아니, 건축을 전공했는데 왜 포기했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5년이나 건축 공부를 했는데 학부 교수님 말씀처럼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내가 당시 가장 잘 할 수 있었던 것도 건축설계였을 것이다. 포기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가장 잘하고 싶은 일을 또,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전공을 살렸다면 더 효율적인 경력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100세 인생, 지나간 날들을 아쉬워하며 내 인생을 결정하기에는 앞으로 남은 날들이 너무 많다. 지나간 날들을 바탕으로 더 나은 나를 선택하는 일에 두려워하거나 아까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터뷰 진행: 최지희 기자

::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19년 4월호(455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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