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2월 1, 2020

[Interview] 건축잡다_심소미, 예술을 매개체로 세상을 발견하는 독립 큐레이터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심소미_독립 큐레이터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전시 기획을 하고 글을 써오고 있다. 독립 큐레이터가 낯선 독자가 있을 듯해 부연하자면, 공간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큐레이터를 말한다. 특히, 도시와 예술의 작동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상호 간의 역학 관계와 상충할 수 없는 영역을 전시 기획으로 다뤄오고 있다.


건축설계를 전공하고 큐레이터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흥미가 흐르는 방향을 쫓아갔을 뿐이다. 건축으로부터 예술로 옮겨간 상황은 내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건축에 흥미가 있어 전공을 했고, 건축을 공부하는 과정 속에서 미술, 영화, 음악, 문학, 그리고 도시와 관계망을 파고 들었다. 미술관 건축을 보러 답사를 가면 예술 작품에 더 몰입했고, 부재하는 것을 발화하고 상상하는 예술로부터 현실을 더 첨예하게 보기도 했다. 이러한 관심의 방향 속에서 예술이 세상을 발견해 나가는 주요한 매개체가 되면서, 이 영역에 뛰어들게 되었다. 큐레이터로 방향을 잡은 것은 그러한 예술을 발견하여 세계와 접속, 재구성하는 일에서 멈추지 않는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환상벨트, 돈의문박물관마을, 2018


지금까지 해온 작업에 대해 소개해달라.

큐레이터로의 입문은 2003년 한 대안공간에서 시작해, 이후 대안공간을 공동으로 운영하기도 하고 갤러리에서 일을 하며 국제적 동향 속에서 현대 미술을 다루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도시 현실과 예술과의 관계를 다룬 작업은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한 계기와도 맞물린다. 2014년 기획한 모바일홈 프로젝트가 그 계기였다. 신지도제작자(2015), 마이크로시티랩(2016), Against Architecture(2017), 서브토피아(2017), 환상벨트(2018)로 이어진 전시는 도시연구를 근간에 둔 것들이다. 전시 기획을 완결물로 다루기 보다는 연구의 과정으로 보고 이로부터 파생 가능한 논의와 쟁점에 주목해 오고 있다.

공간-삶-개인이 작동하는 구조를 추적(모바일홈 프로젝트, 신지도제작자)하던 관심이 도시 환경에 닿고, 이러한 대도시성을 반어적으로 접근하고자 미시적 장소성을 대두(마이크로시티랩)시키기도 하였으며, 작년에는 수도권이란 광역 도시체계와 괴리된 생활상(환상벨트)에 접근하기도 하였다.


건축을 전공한 것이 현재의 일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듣고 싶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미술계 현장으로 뛰어들어 큐레이터 실무를 익히고 예술학을 다시 공부하는 과정에서 꽤 오랫동안 건축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건축과 갖는 관계는 영역, 주제나 소재적인 측면이 아닌 태도에 있는 듯하다.

건축의 기본인 컨텍스트, 맥락을 여러 경로로부터 질문하고 재검토하는 태도가 예술을 끊임없이 새롭게 보게 하고, 큐레이팅에 있어서도 기반이 되고 있다.

마이크로시티랩_피플즈 아키텍처 오피스, BBQ 퍼포먼스, 2016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달라.

너무 많아서 얘기를 간단히 하기가 쉽지 않다. 지면의 독자가 주로 건축인이니,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들겠다. 2016년에 도시개입 프로젝트였던 <마이크로시티랩>에 참여한 베이징 출신 건축가 ‘피플즈 아키텍처 오피스(People’s Architecture Office)’와의 일이다. 당시 건축가는 서울의 특정 장소에 개입해 달라는 큐레이터의 요구로부터, 전시 장소인 공장 건물의 창문 안팎으로 파이프 구조물을 설치하였다. 여기까지 봤을 때는 보이지 않는 파이즈 구조를 도시공간에 노출해, 공장의 내부와 도시를 연결시키는 의미로 읽힐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개입하고자 한 것은 도시가 아니라 예술의 내부로 향한다. 건축가는 전시 오프닝 날 파이프를 사용해 야외 바베큐 파티를 열고, 그 연기를 모두 전시장 내부로 올려 보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파이프를 타고 전시장에 올라온 연기로 인해 관람객의 엄청난 항의가 있었다.

이 작업의 진짜 의도는 화이트큐브의 장소성에서 벗어난 예술이 도시를 재발굴 하겠다는 모순과 괴리를 마주하는 것이었다. 예술이 도시와 공공영역을 섣불리 개입하고자 하는 예술의 욕망과 실체를 보고자 한 것이다. 관객들의 항의로 내게는 꽤 난처한 상황이었지만, 예술과 도시 사이의 관계망을 고려하는데 있어 많은 시사점을 남기었다.

서브토피아, 따복하우스, 2017


전공과 다른 일을 할 때에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다름은 어떠한 일을 수행할 때 차이를 발생시킨다. 일을 할 때 타인과 차이를 줄이려 우리는 부단히 노력하지만, 반대편에서 생각해 본다면 차이가 없이 ‘독자적인 시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큐레이터, 건축가, 예술가 외에도 세상의 많은 일은 창의력을 요한다. 일상을 살아가는 데도 창의력과 다름이 필요하지 않는가. 큐레이터로 일할 초기에는 동질화가 쉽지 않아 어려웠는데, 언젠가부터 그 동일화, 표준화의 세계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타전공자의 이점은 상당히 많다.

오더/디스오더, 우정국, 2017


현재 준비 중인 새로운 작업이나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는 7월에 선보이는 전시 <리얼-리얼시티>(아르코미술관, 7월 12일-8월 25일)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도 도시-예술-건축의 관계망을 다뤄왔는데, 이번 전시는 그 출발점이 건축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다르기도 하다. 큐레이팅의 방법론도 건축-미술 전시의 중간 영역쯤, 경계와 경계를 부딪히며 교차시키는 전시라 실험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언젠가는 큐레이팅의 영역에 있어서 전시 기획 너머의 비물질적, 비구축적인 수행에 도전해보고 싶다. 끊임없이 구축해야만 하는 세계에 있어 수행의 한계와 오류는 무엇일까? 이로부터 자유로운 비물질적(예산, 조직, 관계 등 여러 사회적, 물질적 조건을 가로지르는) 큐레이팅의 가능성을 실험해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다양한 형태로 건축을 하는 건축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달라.

건축을 하고 있진 않지만, 건축적 사고와 태도로부터 세상을 접근하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인터뷰의 초반부에 얘기했듯 자신이 가진 흥미를 집요하게 붙잡아 지속해 나가라. 흥미가 움직이는 것에 얄팍하게 반응하지 말고, 사고와
몸도 부지런히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 경로를 진중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다른 물성을 손에 잡고서 건축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큐레이팅으로 건축을 할 수도 있고, 글로 건축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의 완성을 건축 내부에만 두지 않는다면, 세상의 다양한 것들을 건축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


인터뷰 진행: 최지희 기자 / 사진제공: 이경화

::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19년 5월호(456호)에 게재됐습니다.

About MasilWIDE

Architecture Communication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