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4월 14, 2021

[Interview] 건축잡다_곽계녕,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조명 브랜드를 제시하다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곽계녕_라이마스 대표

‘삼일조명’은 1973년부터 대한민국에서 조명을 만들어 온 아버지 회사다. 2010년부터 아버지 회사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2012년 4월부터 아버지 뒤를 이어 대표를 맡고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대표를 맡으면서 리브랜딩 작업을 거쳐서 지금의 ‘라이마스’가 됐다. 라이마스는 현대적인 감각의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새로운 조명 브랜드를 만드는 회사다. 전공은 중앙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으며, 졸업 후에는 건축사사무소 매스스터디스에서 설계 실무경험을 2년간 쌓았다.


건축설계를 전공하고 라이마스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실무 현장에서 건축설계로 2년간 일하다가 그만뒀을 때가 2010년이다. 처음 그만두고 나서는 유학을 준비했다. 이 때 아버지께서 운영하시던 조명 공장의 사정이 어려워졌다.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왔을 때, 당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건축인지 아니면 내 개인사업을 하고 싶은지,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던 차였다. 이 질문들의 답은 결국 내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결국,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명 공장에 들어오게 되었다. 시작은 험난했다. 과거의 아버지가 운영하셨던 사업 방식으로는 지금 시장의 흐름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건축계가 어떤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 나갈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나름 사업계획서도 작성해보았다. 아버지께 이러한 내용을 말씀드렸고, 3개월간 내가 생각하고 구상한 작품을 보여 드리기로 했다. 결국 6개월이나 걸렸지만 이 때, 나에게 큰 의미를 가진 등이 만들어졌다.

이 작품이 ‘에어’라는 방등이다. 적자였던 회사였던 살려낼 수 있었던 건 이 방등 디자인덕이다. 조명을 켜거나 껐을 때, 디자인적으로 완성된 조명을 만들고 싶었고, 당시 유행하던 화려한 무늬의 조명보다는 모던한 조명 디자인의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다.

이 방등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라이마스의 운영을 시작했다. ‘라이마스(LIMAS)’는 ‘삼일(SAMIL)조명’의 이름을 뒤에서부터 읽은 것이다. 아버지의 회사를 잇기로 결정하면서 삼일조명의 전통성을 살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한 내가 제안했다.

방등 ‘에어’


조명 디자인을 직접 하는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해온 작업에 대해 소개해달라.

라이마스는 조명을 만드는 회사다. 나는 라이마스의 전반적인 디자인의 방향과 스타일을 제시하고 있다. 라이마스를 맡은 10년의 시간 중 몇 년 동안은 직접 도면도 그리고 스케치도 하면서 직접 디자인을 해왔다. 지금은 아이디어와 방향을 제시하고 회사 내 직원들과 함께 조명 디자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디자인은 건축이나 제품디자인이나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지랩(Z-lab)’에서 아이디어를 받아 디자인하게 된 ‘피프’라는 조명은 업 앤 다운(Up&Down) 라이트가 가능한 조명이다. 필요에 따라 직접 조명과 간접 조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명이다.

업 앤 다운 라이트가 가능한 조명 ‘피프(Pip)’

단 하나뿐인 조명 디자인도 있다. 바로, ‘신진말’ 조명이다. 신진말은 인천 가좌동에 위치한 역사 깊은 곳이다. 옛날부터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이며 문화를 만들어가는 곳이던 ‘신진말’을 위해 특별한 조명을 제작했다. 460장의 박스지를 레이저 커팅으로 가공한 후 일일이 붙여가며 제작했다. 완성된 조명은 제 각각의 결들이 만들어 내는 틈새로 빛이 새어 나온다. 이 새어 나오는 빛들은 지역의 다양성이 한 곳에 모여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신진말의 지역적 특성을 보여준다.

신진말에 설치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조명

건축을 전공한 것이 현재의 일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듣고 싶다.

조명은 건축의 일부분이다. 건축을 통해 내가 지금 하는 일은 어떠한 프로세스로 다가가면 좋을지를 쉽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단순히 판매되는 조명 제품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건축적 지식은 조명을 만들고, 디자인하는 일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라이마스를 운영할 때 또는 조명 디자인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달라.

2012년에 강진에 태풍 볼라벤이 불어 닥치면서 어린이센터가 무너지는 일이 있었다.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강진 어린이센터가 2013년 다시 준공됐고, 이때, 라이마스는 재능기부로 프로젝트에 참가했었다. 어린이센터에 설계를 맡은 건축가는 파도의 형상을 한 건물을 설계했고, 아이들을 위한 조명을 필요로 했다. 입체적인 물고기 모양보다는 2D로 만들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싶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온 물고기 디자인의 조명이 기억에 남는다.

강진 산내들 어린이센터에 설치된 물고기 조명

전공과 다른 일을 할 때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사실 조명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디자인의 연속이다. 그래서 건축을 공부했다면 디자인을 함에 있어 어려운 일은 없다. 다만 우리가 가장 알지 못하는 회계 경영은 디자인만 공부했던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실무의 경험에서는 디자인만 하면 됐었다. 하지만 경영자의 입장에 있다 보면 디자인 외의 일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가장 어려웠다. 과거에는 ‘삼일조명’이던 시절에는 회사 로고도 제대로 없었다. 전표도 수기로 썼고, 배달은 자전거로, 포장은 노끈으로 했었다. 내가 운영을 맡으면서 이전과는 다른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다.

그래서 라이마스 온라인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제품의 사진도 직접 찍었다. 쇼룸을 만든 것도 그 작업중 일부이다. 이런 과정들로 인해 지금 라이마스는 조명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늘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회사의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에 가장 많은 시간은 보낸다. 불필요한 작업을 줄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한 회사를 운영하는 일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준비 중인 새로운 작업이나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는 당연하지만 늘 제품을 만들고 있다. 나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재료에 대해 무지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명의 재료들과 공장에서 만드는 재료가 달랐다. 초반 작업에는 철로 된 작업물들이 많았다. 지금은 나무, 유리, 사출 아크릴, 알루미늄도 다뤄봤다. 재료에 대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최종 목표라고 한다면 라이마스 조명의 수출이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저렴한 카피 제품과 다르고 마감의 질 또한 북유럽 조명과 견주어 봐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경쟁 상대가 북유럽 제품이 아니고 중국 카피 제품과의 경쟁이기에 우리 제품은 가격 측면에서 봤을 때도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조명하는 사람, 조명하면 생각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은 건축가과 협업하여 라이마스 안에 건축가 제품 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다양한 형태로 건축을 하는 건축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달라.

학부 시절의 나는 건축이 나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건축을 이해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들로 건축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건축을 이해한다면, 건축의 세부적인 분야에서 전문가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교 후배는 현재 프랑스에서 파사드 디자인만 전문적으로 하는 파사드 디자이너다. 이렇게 건축을 베이스로 관련 분야에서 소통이 된다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내가 하는 조명 디자인에서도 학부와 실무 시절 경험한 건축적인 사고가 도움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또, 한국에서 조명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으면 한다. 조명은 대개 건물에 미리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도가 적다고 생각한다. 어떤 집에 가보면 식탁과 조명의 위치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방향과 그 곳을 만든 사람이 생각한 삶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본다. 이런 고정되어 있는 문화를 해결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개발되길 바란다.


인터뷰 진행: 최지희, 고현경 기자 / 사진제공: 라이마스, 고현경

::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19년 8월호(459호)에 게재됐습니다.

About MasilWIDE

Architecture Communication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