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월 18, 2021

[Interview] 건축잡다_정산해, 본질과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디자이너


건축을 전공하고 생할 소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그레이 스펙트럼 스튜디오를 창업했다고 들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정산해_그레이 스펙트럼

라이프스타일 소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그레이 스펙트럼’의 대표이다. 학부 시절에는 건축설계를 전공했고 이어서 몇 년간 건축설계 사무실에서 실무를 했다. 설계 사무실에 근무하는 동안 건축에 국한되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 가구 제작, 전시계획 등 다양한 맥락의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그러면서 건축의 여부를 떠나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이란 어떤 것일까’라는 물음을 많이 가졌다. 그때 나는 외형의 미(美)보다는 그것이 가지는 기능과 프로그램의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을 늘 주안점에 두곤 했다. 이런 성향이 그레이 스펙트럼의 브랜드 철학으로 발전되었고, 그레이 스펙트럼을 시작하게 되었다. 화려한 외관보다는 본질과 기초에 충실하다는 의미의 ‘그레이(Grey)’와 한 가지 소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소재에 대한 스터디를 지향하는 부분에서 ‘스펙트럼(Spectrum)’을 합쳐서 브랜드 이름을 짓게 되었다. 보다 다양한 범주의 일을 나만의 디자인으로 해보고 싶었다. 앞서 말한 듯 설계를 하며 ‘프로그램’에 가장 주안점을 두곤 했는데 프로그램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틀과 함께 그 공간의 디테일을 구성하는 부분들을 나만의 디자인으로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컸다.


그레이 스펙트럼의 홈페이지 소개글을 보면 디자인 제품들은 건축과 공예를 바탕으로 한다고 나와있다. 지금까지 해온 대표 작업물에 대해 소개해 달라.

제품의 본질과 프로그램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용자에 대한 고려를 많이 하게 된다. 제품의 형태, 배치, 기능 등의 맥락에서 사용자의 자율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지금도 지속적으로 스터디를 하고 있다. 이러한 지향점이 가장 잘 드러난 작업은 ‘문홀더’다. 인센스 홀더인 문홀더는 반원과 둔각 삼각형, 이 두 가지 오브젝트로 구성이 된 제품인데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조합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인센스 홀더 ‘문홀더(MOON HOLDER)’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제품은 모듈 가구인 ‘라이프 모듈러’이다.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사각 형태의 판재와 연결 부재로 구성되어 있는 가구다. 라이프 모듈러도 문홀더처럼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가구의 위치나 모양을 자유로이 배치하여 사용할 수 있다. 현재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하여 사용자 스스로 배치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판재를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게끔 구축 중이다. 판재의 변화에 따라서 A부터 Z까지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모듈 가구라 할 수 있다.

모듈 가구 ‘라이프 모듈러(LIFE MODULAR)’


제품들의 간결한 형태와 콘크리트로 보이는 재료를 생활제품에 사용한 점이 독특하게 느껴진다. 건축을 전공한 것이 현재의 일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건축설계를 전공한 영향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레이 스펙트럼 작업의 재료를 콘크리트로 제한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까지 선보인 제품 중 대부분은 콘크리트이다. 그레이 스펙트럼의 작업에 사용된 소재는 정확하게는 시멘트+모래+자갈로 이루어진 콘크리트에서 자갈이 빠진 ‘래미탈’이라고 하는 것이 맞으나 편의상 콘크리트라 말하고 있다. 무던하고 어찌 보면 밋밋하기까지 한 콘크리트라는 재료를 사용한 것은 제품의 기능을 보다 본질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개인적인 마음이 크다.

문홀더를 예로 들자면, 두 오브젝트를 조합했을 때에 제품이 어떤 형태로 완성된 상태이건 인센스가 타는 모습을 극적으로 강조하기 위해서 콘크리트의 소재감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레이 스펙트럼을 운영할 때 또는 디자인 제품을 제작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

다양한 재료에 대한 스터디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조언을 구하거나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다.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훈련하는 중인데,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업로드되는 자료들이 보다 다양하다. 요즘 학생들은 대부분의 지식과 정보를 유튜브로 접한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직접 체험하며 감탄했던 기억이 많다. 여담이지만 영어로 된 콘텐츠를 주로 보다 보니 학창시절의 영어 듣기 평가 시간처럼 집중력을 발휘하곤 한다.

전공과 다른 일을 할 때,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공과 다른 일을 선택해서 후회하거나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브랜드를 론칭한지 1년 여 정도 지났는데, 아직까지 후회한 적은 없다. 지금 내가 하는 일 또한 건축적 표현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공간을 만들진 않지만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그레이 스펙트럼만의 디자인 지향점을 설정하고, 실현하는 일을 하며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만족감을 얻고 있다.

앞으로 제작될 그레이 스펙트럼의 제품들이 기대된다. 현재 준비 중인 새로운 작업이나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는 ‘라이프 모듈러’의 론칭 준비를 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체계화하여 판재에 구현하는 작업, 간편한 UI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주로 고민 중이다. 생활하는 공간 혹은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어도 적응하고 변화하는 모듈 가구를 만들어내고 싶다.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다양한 형태로 건축을 하는 건축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전해달라.

디자인적 측면에서 건축의 범례는 매우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다니면서, 설계 사무실을 다니면서, 현장에서, 다양하게 건축을 하는 사람들이 그 어떠한 범주이든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었으면 좋겠다. 현재까지 나는 그걸 찾은 듯하고, 앞으로는 이 ‘좋아하는 마음’을 그대로 혹은 더욱 키워가며 최대한 오래 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

<그레이 스펙트럼>


인터뷰 진행: 고현경 기자 / 사진제공: 그레이 스펙트럼

::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19년 9월호(460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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