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월 18, 2021

[Interview] 건축잡다_119REO, 소방관 처우개선에 앞장선 사회적 기업


본인과 119REO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해달라.

이승우_119REO 대표

건국대학교 건축대학 건축학과에 재학중이며, 119REO의 대표를 맡고 있다. 119REO는 소방관의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Rescue Each Other을 줄여서 지어진 이름이다. 소방관이 우리를 구하듯 우리도 함께 소방관을 구하자는 의미로 짓게 됐다. 119REO는 암 투병 소방관의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소방관이 현장에서 직접 입고 생명을 구한 옷, 방화복을 업사이클링 과정을 통해 가방과 패션 소품으로 제작하고, 그 수익금으로 암 투병 중인 소방관을 후원하고 있다. 또한, 연 2회씩 소방관과 함께하는 문화 행사를 기획, 운영하고 있다.


대학교를 재학하면서 인액터스 회장을 맡고, 119REO를 창업했다고 들었다. 건축학과를 전공하면서 타 활동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어떻게 인액터스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나?

건축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사람들과의 만남과 소통이 필요하다. 그러던 와중에 ‘Change the world’라는 슬로건의 인액터스를 발견했고, 일단 들어가 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1학년 때 들어갔기 때문에 당시에는 건축학과라 바쁜 것은 아니었다. 아마 2학년이나 3학년 때 인액터스를 봤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 같다. 2학년 2학기 때 인액터스 회장이 되었는데, 집이 학교 근처임에도 불구하고 3일에서 4일에 한 번 정도밖에 들어가지 못했다.
인액터스에서는 평창 물구비마을 살리기 사업과 한강 하류 어촌 살리기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다.


전공 외 교내 활동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했다는 게 독특하다. 119REO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가? 창업을 결심하기까지 고민도 많이 됐을 것 같다.

인액터스 활동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 앞에서 말했던 사회적 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방관들의 문제도 해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액터스 친구 두 명과 119REO팀을 만들고, 첫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소방관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소방관들의 인터뷰로 먼저 시작했다. 건축설계 수업에서 개인주택 설계 인터뷰를 했던 것과 비슷하다. 인터뷰 과정에서 암 투병 중인 소방관을 접하게 됐고, 소방관이 직업적으로 암과 인과관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상 상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는 전혀 알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큰 충격으로 가슴에 와닿았다.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이 이야기는 정말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첫 프로젝트를 통해 첫 기부금을 전달했지만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암 투병 소방관의 권리 보장, 더 나아가 소방관의 권리 보장을 위해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건축학과를 다니면서 비교적 이른 시기에 건설회사 현장 감독, 설계회사 인턴 등의 기회가 있었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창업도 건설 회사와 설계 회사처럼 처음에는 새로운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물론 본격적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단지 스쳐 지나가는 경험이라는 생각은 사라졌다. 아마 이런 생각이 없었다면, 쉽게 발을 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소방관의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대표님의 마음이 깊이 와닿는다. 독자들을 위해 119REO의 대표적인 제품인 ‘레오백(REOBAG)’에 대해서도 소개해달라.

소방관이 직접 입고 생명을 구했던 옷인 방화복의 내구연한 3년이 지나면 폐기된다. 이 폐기된 방화복을수거하여 세탁하고 손으로 분해, 봉제하여 탄생된 것이 레오백(REOBAG)이다.

우선 폐방화복에 집중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공상 불승인된 암 투병 소방관과 닮았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매년 일정한 양의 방화복이 버려지고 있으며, 국내에서 제작되는 방화복의 재질이 해외 방화복과도 같다는 점이다. 생명을 구하는 매우 가치 있는 사람과 소재가 기억되지 못하고 있었고 이것을 연결하면 분명히 높은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일정한 양의 제작 재료가 확보될 수 있으며, 해외 방화복과 같은 재질이라는 점에서 수출 또한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가방의 주요 수요층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으로 생각했다. 그들을 위한 디자인을 계획했고, 일, 여가, 여행 등 모든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레오백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점에 뒀던 것은 기능이다. 가방은 착용했을 때 예쁜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실용적이어야 한다. 손의 크기, 팔의 움직이는 각도를 면밀히 확인하여 디자인에 반영했으며, 가방에 담는 다양한 물건의 사이즈도 함께 고려했다. 그래서 실제로 상품이 출시되기 이전에 시제품을 제작하고 직접 사용해 보면서 약 한 달간의 수정 및 보완 기간을 가졌고, 새롭게 제작하는 제품들도 똑같은 과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소방관이 직접 입고 생명을 구했던 옷으로 만들어진 가치있는 가방인 만큼 수익의 일부는 소방관을 위한 기부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네 명의 암 투병 소방관에게 약 1,500만원을 전달했다. 앞으로도 소비자분들과 제작에 동참하시는 분들께 충분한 가치가 전달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예정이다.

레오백(REOBAG)

레오백을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체계적이라고 느껴졌다. 앞에 말했던 기부된 수익금 일부는 소방관의 공무상 상해 승인을 위한 소송을 지원한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이런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도 많았을 것 같은데, 보람을 느꼈던 특별한 일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공무원연금공단에서 발표한 ‘소방관의 공무상 요양 및 사망 인정 비율’ 통계 발표에 따르면, 암으로 인한 공무상 요양중인 소방관 중 단 1명이 인정받았다고 나타난다.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당시 소방관들의 처우와 업무 환경은 매우 어렵고 열악한 상황이었다. 그런 만큼 기부금을 전달하더라도 상해 승인을 위한 소송에 승소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후원자분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후원했던 소송의 두 건을 승소할 수 있었다. 119REO의 모티브가 된 고 김범석 소방관의 상해 인정 소송의 승소를 선고받은 날 유가족과 소방관 동료들과 함께 있었다. 눈물 고인 눈으로 서로 바라보며 자신이 들은 것이 진짜인지 계속 되물었다. 기쁨과 슬픔, 모든 감정이 뒤엉켰던 잊지못할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아직도 다 해결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암 투병 소방관이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으려면 본인이 직접 인과관계를 입증하며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투병 중인 소방관이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생명을 구하던 사람의 권리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올해 11월에 진행된 문화행사(전시)

전공과 다른 일을 선택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건축 설계와 다른 일을 한다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는가. 건축을 전공한 것이 현재 일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항상 건축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다니면서 건축십서란 책을 매우 감명 깊게 읽었다. 건축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고 지금 하는 일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농담을 섞는다면 건축 설계를 하면서 날밤을 새우고, 계획안을 완성시켜 발표를 하는 과정 속에서 여러 배움이 있듯이, 현재도 새 제품을 고민하고 계획하여 발표하고, 또 다시 계획하고 발전시키면서 삶을 살고 있다. 이 외에도 건축을 통해 배우고 익힌 스케일 감은 실용적인 제품을 만드는 업무에 매우 큰 강점이기도 하다.

119REO의 앞으로 활동이 기대된다. 119REO의 장단기 목표에 대해 말해달라.

119REO는 소방관 권리 보장이라는 비전 아래 Rescue, Remember, Recycle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향후 매월 지속적으로 한 명의 소방관을 후원, 연간 12명의 소방관과 함께하고자 한다. 연 1회 이상 기업과의 콜라보를 통해 소방관과 함께하는 문화 행사를 기획, 운영할 것이다. 이 행사는 연간 1만 명 이상의 후원자와 소통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현재 5개 소방서에서 방화복을 공급받고 있지만, 추후 5개 시도 본부에서 방화복을 공급받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연간 20톤 이상의 방화복을 처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천계양소방서와의 업무협약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스타트업을 준비 하는 건축인들에게 한 마디 전해달라.

건축이 위대한 이유는 건축이어서가 아니라 삶을 디자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삶을 디자인하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앞의 작은 선택과 행동을 모아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모든 과정 속에 있다. 선택의 맞고 틀리다 보다 그 과정에 집중한다면 좋겠다.

앞으로도 119REO는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으로서, 더욱 위대한 과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 홈페이지 www.119reo.com
  • 인스타그램 @119reo
  • 이메일 team@119reo.com


인터뷰 진행: 고현경 기자 / 자료제공: 119REO

::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19년 12월호(463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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