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4월 16, 2021

[Interview] 건축잡다_맛으로, 공간으로 감동을 전하는 ‘젠틀키친’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현재, ‘젠틀키친’이라는 작은 1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건축학과를 다니다 졸업 시기에 친구의 권유로 광고회사를 지원을 해서 광고대행사 AD(아트디렉터)로 일을 하게 되었다. 약 1년 6개월 회사를 다니다 내 일을 해보고 싶어 퇴사를 하고 젠틀키친을 시작하게 됐고, 6년째 운영 중이다.

이재민_젠틀키친 쉐프

건축학과는 어떻게 입하가게 됐는가. 건축학과를 다니던 이재민은 어떤 사람이었는가

고3 때까지 아무 생각없이 공부하고, 수능을 치고, 취업이 잘된다는 과에 대학 원서를 넣은 후 문득 ‘이렇게 스스로의 생각 없이 인생을 결정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잘하고, 재미있어 할까 고민을 하던 중 ‘내 머리속의 지우개’란 영화 속 건축가를 보고 왠지 모르게 끌렸고, 건축학과를 가기 위해 재수를 결심했다.

미술, 디자인 등은 접해본 적이 없던 이과생이라 처음 설계 수업을 들을 때는 따라가기 힘들었다. 건축학과 학생들이 모두들 그렇겠지만, 적응하고 따라가기 위해 밤도 많이 새고 나름 열심히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해 볼 수 있는 대학생활에 재미도 느껴, 새벽에는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고 틈틈이 음악, 사진, 운동 등의 활동을 틈틈이 즐겼다. 돌이켜보면 가장 바쁘고 열심히 살았던 시기인 것 같다.
젠틀키친은 어떤 식당인가?

따뜻한 느낌을 주는 주방, 부엌, KITCHEN이란 단어를 평소 좋아했다. 단어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공간에서도 느껴지길 바라며 공간을 기획했다. 공간에 들어왔을 때 최대한 어느 집의 따뜻한 부엌에 온 느낌을 받도록. 그 공간에서 내가 만든 음식을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시작했다. 젠틀이란 단어는 예전에 SNS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던 아이디의 일부를 사용하게 되었다.

젠틀키친을 오픈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이 나에겐 꽤 큰일이었기 때문에, 회사를 다니며 어떻게 할지 큰 그림을 그리고 퇴사를 했다. 그 시작은 푸드트럭이었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푸드트럭으로 계속할지, 정식으로 가게를 낼지, 다시 회사를 다닐지 6개월 정도의 기간 후 결정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한국에서 푸드트럭으로 계속 하는 건 힘들 것 같아 정식으로 가게를 열자고 결정했다. 가끔씩 생각해보면 ‘푸드트럭을 어떻게 했지’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 6개월이란 시간이 정식으로 식당을 열기 전, 나의 역량 등을 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관심을 가져준 손님들에게 너무나 고마운 마음을 느낀 시간이었다.

젠틀키친을 오픈하고 어려운 일은 없었는가. 또, 오픈 후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오픈을 했을 때는 딱히 어려운 일이 없었다. 음식을 배운 적도 없고, 자영업 경험도 없고. ‘망하면 다시 회사 가야지’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낸 것 외에는 크게 힘들지 않았는데, 요즘이 제일 어렵고 힘든 것 같다. 6년째가 되면서 무언가를 조금씩 알아가다 보니 ‘이게 맞는 걸까?’, ‘이렇게 해도 되나?’란 생각이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고 망설이게 된다. 혼자 운영을 하다 보니 누군가와 이야기해서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내가 결정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일에서 많은 부담을 느끼는 요즘이다. 또한, 이제는 가게가 문을 닫게 되면 어디로 돌아갈 수도 없는 현실이 더 불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긍정적인 성격덕에 ‘어떻게든 잘 되겠지’란 생각으로 하나하나 다듬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하고 있다.

건축을 전공한 것이 현재 일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그 생각하는 이유와 예시가 있다면 함께 듣고 싶다.

주변에서 건축을 전공했다고 하면 대학까지 나왔는데 아깝지 않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졸업하고 광고회사를 다니면서도 그렇고 현재 음식을 하면서도 크든 작든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다를 뿐이지 생각하고, 만드는 과정은 비슷한 맥락이 있다고 느낀다. 업으로 하고 계신 전문가보다는 디테일 등이 떨어지겠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느낌의 공간은 누구보다 잘 생각하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공과 다른 일을 할 때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는가

누구나 그러하 듯이 나도 ‘나중에 돈 벌고 모아서 내 일을 해야지’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선배들을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가장의 책임이나 실패의 두려움이 더 커진다는 것을 보고 느꼈다. 그래서 오히려 무언가에 대한 책임이 덜하고 실패의 위험이 적을 때 나와서 해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너무나 두려웠고, 할까 말까 갈팡질팡하기를 수백 번 수천 번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두려움보다 하지 않고 못했을 때 나중에 밀려오는 후회감이 더 클 것 같았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퇴사하게 되었다.

젠틀키친의 가지고 있는 장단기 목표에 대해 말해달라.

나는 흐르는 대로 살고 있는 편이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다가 어떤 변화가 왔을 때 기회라 생각하고 거기에 맡긴다. 크게는 건축학과를 다니다 광고회사를 다녔고, 지금은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계획을 하고 목표를 가지고 행동한 결과는 아니었다. 물론, 그렇게 결정한 내 행동에는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했다. 지금도 내가 하는 일이 재미있고 보람 있어 평생을 해도 좋다는 생각이 있지만, 몇 년 뒤에도 내가 젠틀키친을 운영하고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더 잘 할 수 있게 하루하루 노력하는 것이 젠틀키친의, 그리고 나의 장단기 목표다.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건축인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주변에 친구, 선후배님들을 보면 아직 힘들어하기는 하지만 재미있게 건축을 하고 있다. 건축은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에 가끔은 부럽고 다시 건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난 건축이 싫거나 재미가 없어서 다른 직업을 택한 것은 절대 아니다. 각자의 방향과 삶이 다 다르기 때문에 혹시나 새로운 일을 도전하려는 건축인들이 계시다면 서슴지 않고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건축을 배웠고 해왔던 건 새롭게 하는 일에 크든 작든 무조건 도움이 될 거라고 감히 말한다. 단, 건축이 싫어서, 재미가 없어서 도피처로 다른 일을 도전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인터뷰 진행: 고현경 기자 / 사진 제공: 이재민

::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20년 3월호(466호)에 게재됐습니다.

About MasilWIDE

Architecture Communication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