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건축잡다_취향을 공간으로 공유하는 카페를 만들다

이한별_카페 이즘이즘 대표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코워킹 코리빙 공간을 만드는 회사를 거쳐 지금은 카페 ‘이즘이즘’을 운영하고 있는 이한별이다.

건축학과는 어떻게 입학하게 되었는가. 건축학과를 다녔던 이한별은 어떤 사람이었는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대학교까지 자율전공으로 입학했다.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돌아보니 모두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었다.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교집합을 찾다가 건축학과를 선택했다. 과제를 하면서 영화 한 편을 5번 넘게 반복해 보기도 하고, 공간을 보기 위해 미술관과 박물관을 방문하고, 다양한 공간적 시도가 드러나 있는 카페를 찾아다녔다. 그 과정 속에서 공간 자체는 물론, 공간을 채우는 여러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

본격적으로 카페 이즘이즘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 카페 “이즘이즘”은 어떤 곳인가?

카페 “이즘이즘”은 “-주의”를 의미하는 “-ism” + “-ism”이다. 00주의들의 결합. 그러니까 다양한 생각들이 모이는 장소를 뜻한다. 동시에 한글로 직역하면 “주의주의”다. 즉, 한 가지 사상에 빠지는 것을 주의하자는 의미기도 하다.

카페는 사람들에게 취향을 공유하고, 제안하는 장소다. 카페에서 제공하는 것은 커피만이 아니다. 공간과 소품, 분위기까지 포함된다.

이즘이즘 커피는 인테리어, 가구, 조명, 카페에서 트는 음악과 영상, 비치해둔 책까지 모든 요소에 취향이 반영되어 있고, 이 취향이 제공되는 곳이다. 이런 요소들은 이즘이즘 커피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이즘이즘이 던지는 대화의 첫마디다. 마치 친구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먼저 이야기하듯이. 그 대화가 나와 이뤄져도 좋고 함께 온 사람과 이뤄져도 좋다. 다채로운 생각과 취향의 공유, 그리고 문화예술적 소통이 일어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카페 이즘이즘을 오픈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건축학과를 다니는 동안 늘 카페에서 작업을 했다. 질리도록 카페에 드나들며 이럴거면 카페를 차리고 말겠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카페에 있었다. 작업할 때 뿐 아니라, 책 읽고 영화 보고 음악을 들을 때도, 혼자 또는 여럿이 그곳에 있었다. 내 취향에 딱 맞는 카페를 찾았을 때, 그 낯설고도 반가운 느낌을 참 좋아했다.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코워킹 코리빙 공간을 만드는 회사를 다녔다. 오래 다니지는 않았지만 다니는 동안 코워킹 스페이스, 그리고 그와 연결된 카페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퇴사를 하고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며 놀던 중에 사용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공간을 만났다. 항상 작업할 공간이 없어서 카페를 돌아다녔는데 차라리 여기에 카페를 만들고 작업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인 데다가 찾기 힘든 위치까지 정말 카페를 연상하기 힘든 곳이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SNS를 보고 움직이는 요즘에는 지리적 위치가 크게 중요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 그리고 오히려 디메리트인 요소들을 잘 살리면 특색있는 카페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도전을 했다.

카페 이즘이즘의 인테리어를 직접 디자인하고 기획했다고 들었다. 카페의 디자인 콘셉트는 무엇인가?

이름이 뜻하는 바처럼 다양한 생각과 취향이 공유되고 문화예술적 소통이 일어나는 공간을 지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적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그런 소통이 일어날 만한 트리거를 장소가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작업하기 좋으면서 흥미로운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작업하기 좋은 공간이 조용하고 밝은 독서실 같은 분위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험상 작업을 하다가 막힐 때 자주 찾았던 책, 영상과 같은 다른 매체들을 군데군데 배치했다. 위치적 특성(찾기 힘든 위치이며 지하에 있다.)과 카페라는 기능을 결합하기 위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사람들을 지하까지 내려오게 하기 위해서는 임팩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입구 디자인에 강렬한 색을 사용했고, 지하의 특성상 카페가 주는 재미 중 하나인 창 너머로 변화하는 풍경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입구에 영상을 배치했다. 그리고 채광이 없는 지하의 단점을 가리기 위해 밝은 조도를 사용하기보다 오히려 약간 낮은 조도를 통해 아지트 같은 느낌을 주었다.

카페 이즘이즘을 오픈하고,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찾아오신 분들이 카페의 요소들에 관심을 가지고 말 걸어 주신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 요소가 인테리어였던 경우도 있고 음반이었던 경우도 있고 컵이었던 경우도 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카페 전체가 방문하는 분들에게 던지는 대화의 첫마디와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에 대한 응답을 듣는 것 같아 감사하고 즐겁다.

전공과 다른 일을 선택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두려웠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생각만 하다가 두려워서 시작을 못한다면 분명 후회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두려움이 있었지만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실패해도 그 경험에서 얻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진행해보는 것은 직접 해보기 전에는 배울 수 없는 일이고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좋은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건축을 전공한 것이 현재 일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와 예시가 있다면 함께 듣고 싶다.

카페의 공간 구성이나 콘셉트와 같은 부분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분야라 도움이 됐다. 또,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건축을 전공하는 동안 할 줄 모르는 것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해내야 하는 일이 많았다. 이즘이즘을 준비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문제가 나타났을 때 당장 해결책은 모르더라도 돌파구를 찾는 연습을 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

카페 ‘이즘이즘’ 모습

카페 “이즘이즘”이 어떤 카페로 성장하길 바라는가. 장단기 목표에 대해 말해달라.

조금 자리가 잡히면 복합문화공간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도록 공연이나 전시 기획을 해보려 한다. 이즘이즘이 다양한 생각과 취향의 공유, 문화예술적 소통이 일어나는 공간을 지향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간접적인 방식에 가깝다면 앞으로는 직접적인 방식으로 문화예술적 소통을 권장하고 싶다.

그때 그때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이 장기 목표다. 그런 의미에서 꼭 이즘이즘이 카페에 한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즘이즘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시도들과 재미있는 일들을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건축인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건축을 공부하다보면 정말 많은 분야를 동시에 공부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반대로 명확하게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확신이 없어질 때도 종종 있다. 이러한 특성 자체는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다른 분야로의 도전을 꿈 꾼다면 이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 스스로에게 말했듯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건축인들에게 실패해도 경험에서 얻는 것이 더 많을테니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터뷰 진행: 고현경 기자 / 사진 제공: 이한별

::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20년 4월호(467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