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2월 2, 2020

[Interview] 건축잡다_최경식, 그림으로 통하는 더 넓은 세상

최경식_일러스트레이터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연세대학교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다. 병역특례로 IT회사에서 웹프로그래밍을 하다가 LG화학에서 창호기술팀과 건장재 해외영업팀에서 근무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지 10년차인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을 만들고 다양한 매체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활동을 해왔고, 어떤 것을 현재도 진행 중인지 듣고 싶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주로 그림책과 삽화작업 위주로 활동하고 있고 그 외에 벽화작업과 광고 애니메이션 원화작업을 했다. 1인출판사를 차려 독립출판물을 두 권 만들었고, 그림책과 연계된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어와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 때부터 일본어를 공부해왔는데 그 덕에 일본어 번역과 일본그림책 강의도 하고 있는 중이다.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LG화학에서 근무하신 경력이 있는데, 그만두고 그림에 전념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건축공학과를 갔던 이유도 마찬가지였지만 그게 건물이든 그림이든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회사를 다닐 때 과연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상사들을 많이 봐 왔는데, 일러스트레이터라면 정년이 없지 않을까란 생각도 컸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꾸준히 작업을 하지 않으면 금방 도태되어버리는 곳이 창작의 세계란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하기 위해 준비해오던 것이 있었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워낙 낙서하는 걸 좋아해서 연습장이든 교과서든 회의노트든 종이만 있으면 가리지 않고 낙서를 해왔다. 아마도 연필을 잡기 시작한 이래 쭉 그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전업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 지금이 낙서를 가장 안 하는 시기인 것 같다.
대학시절에 과 친구 한 명과 독립출판물을 만들어서 배포했는데 그게 꽤 인기가 있었다. 어쨌든 그림은 항상 그려왔던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는 힐스라는 일러스트레이션 교육기관에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한 것들을 배웠다.

첫 그림책 <파란분수>를 출판하기까지 우여곡절은 없었는지, 첫 출판을 통해 새롭게 경험하게 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처음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부터 출간되기까지 약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당시 분수를 좋아하던 첫째 아이 덕에 여름이면 거의 주말마다 예술의 전당으로 음악분수를 보러 갔었다. <파란분수>는 거기서 아이와 분수를 멍하니 바라보다 갑자기 떠오른 이야기였다. 아이디어는 어렵지 않게 나오는 편인데 그걸 연속성과 완성도가 있는 여러 장면으로 만드는 게 항상 도전이다. 그렇게 긴 시간을 계속 잡고 있다 보면 스스로 이야기에 익숙해져버린다. 그럼 “이게 과연 신선하고 재미있는 내용인가?” 하는 의문이 들곤 하는데 그 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게 어려운 것 같다.
그 전까지도 단행본이나 출판사에서 기획한 그림책 등에 그림을 그려왔지만 오롯이 내 이름으로 책이 나오니 조금 더 뿌듯했다. 사람들을 만나거나 미팅을 할 때면 작가라는 호칭으로 불렸는데 그 작가라는 것에 한 걸음 더 다가간 느낌이랄까? 어쩌면 건축인이 독립해서 자기 이름으로 건물을 지었을 때의 기분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몰라도 파란분수를 아는 사람과 만나는 일이 종종 생겼는데 그것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독립출판을 통해 <매일그림 매일일기>를 펴낸 것으로 알고 있다. 독립출판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매일그림 매일일기는 첫 아이를 키우다가 문득 무엇이라도 꾸준히 해보고 싶어서 그린 그림일기이다. 3년동안 쉬지 않고 그리면서 SNS에 올리곤 했는데, 마침 회사를 잠시 쉬게 된 친한 디자이너가 콘텐츠가 있으면 같이 독립출판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나도 독립출판에 흥미가 있어서 소셜 펀딩으로 제작비를 충당하여 이렇게 만들게 되었다.
막상 독립출판을 해보니 재미는 더 있었지만 기획부터 서점입고까지 모든 것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건축을 전공했던 것이 현재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파란분수의 원화를 그린 후 처음 편집자에게 보여줬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그림이 굉장히 건축적이다.” 그 때 본질(?)은 속일 수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직접적인 영향이라면 기본적으로 투시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고 펜 같은 건식재료가 쓰기에 편하다는 점 정도?
그리고 건물 그림이나 건축 관련 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서울 아름다운 건물 찾기 공모전의 자료집을 위해 서울시에서 의뢰받아 그림을 그렸고, 서울주택도시공사와 여러 번 같이 작업을 해왔다.
평면적인 그림을 그리더라도 항상 무의식 중에 3차원적인 구조를 생각하며 그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평면, 입면, 단면 학습의 결과인 듯하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다면?

도서관이나 초등학교에서 그림책 강연을 마치고 아이들이 다가와서 사진을 찍자고 하거나 악수해도 되냐고 수줍게 물어볼 때의 귀여움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파란분수>가 이탈리아에 판권이 수출된 후 여러 과정을 거쳐 이탈리아판을 받았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현재 준비 중인 새로운 작업이나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일상 에세이 하나와 파란분수 후속으로 판타지 그림책을 준비중이다. 그림책을 만들고 그 그림책을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다양한 형태로 건축을 하는 건축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달라.

젊은 나이에 4~5년동안 하나의 학문을 공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살다보면 자기의 의지로 혹은 의지와 상관없이 전공과 상관없는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는데, 건축이라는 학문은 그런 상황에서도 다른 학문에 비해 넓은 범위의 도움이 되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일이든 일상이든 혹은 여행이든 간에 건축을 공부했던 경험으로 조금 더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19년 3월호(454호)에 게재됐습니다.

About MasilWIDE

Architecture Communication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