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6월 13, 2021

[Interview] 건축잡다_3차원 세포의 공간을 연구하는 CEO

본인과 다나그린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해달라.

김기우_다나그린 대표

현재 바이오 스타트업 다나그린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기우다. 수의사를 꿈꾸다가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10년 동안 건축 설계업에 종사하다가 2017년 7월에 다나그린을 설립했다. 다나그린은 의생명공학분야 원천기술을 개발하여 이를 응용한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동물실험 대체기술, 배양육, 독성검사에 활용 가능한 조직배양 기술, 난치병에 활용가능한 세포치료제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다나그린은 세계 최초의 3차원 조직배양기술을 원천기술로 보유한 국내 바이오 분야의 독보적인 스타트업이다. 건축과 바이오 공학은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창업에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창업의 가장 큰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처음부터 창업에 대해 깊은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생물학에 대한 관심은 많았다. 하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의사보다 동물을 상대하는 수의사를 꿈꾸고 있었고, 학창시절에 공부에 대한 열의가 부족해 수능 점수에 맞게 진학하다보니 건축공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대학교 졸업 후, 엔지니어링 회사의 건축사업부에서 주로 관급 프로젝트의 설계일을 시작했다. 대학에서 건축구조를 전공하다가 처음으로 설계를 시작했지만 많은 흥미와 재미를 느끼며 일할 수 있었다. 5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서 인센티브가 없는 회사와 발주처인 공무원들을 상대해야 하는 프로젝트에 실증을 느꼈다. 무언가 성취감과 보람을 더 느낄 수 있는 나의 것, 나의 일을 하고 싶어졌다. 마침 사업을 준비하던 중, 지금의 다나그린 최고기술경영자(CTO)를 알게 되었다. 이런 과정으로 마음 속에 묻혀있던 생물학에 대한 흥미가 다시 살아났고, 설계일을 하다 바이오 사업을 하게 됐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3년의 시간을 창업에 대해 많은 것들을 준비하며 보냈다. 확신을 가졌을 때,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퇴사를 결심하고 다나그린을 창업하게 됐다.

독자들을 위해 다나그린의 3차원 조직배양기술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줬으면 한다.

3차원 세포배양은 세포들을 실제 생체 내의 조직과 유사하게 키워내는 기술이다. 기존에 다양한 방법의 3차원 세포배양 기술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다나그린의 기술은 세포가 조직으로 잘 배양될 수 있는 공간, 즉 세포주변의 환경을 생체 내의 환경과 유사하게 만들어서 세포가 조직으로 잘 배양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생체 내의 환경을 모사했기 때문에 세포들은 자연스럽게 생체 내에서 조직을 만들 듯이 생체 외에서도 조직을 형성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간세포를 활용하면 간조직을, 심장세포를 활용하면 심장조직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인 셈이다.

그래서 이러한 원천 기술을 활용하여 동물을 대신하여 실험할 수 있는 몸 속 다양한 장기(Organ)의 유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환경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축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배양육 관련 기술도 개발 중이다. 또한, 자가 혈청과 자가 줄기세포를 활용하여 부작용이 없는 다양한 질병을 타깃으로 하는 세포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장기 대비자 대비 10% 미만의 장기기증자 부족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인공장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100세 시대에 모든 생명의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분야는 다르지만 매우 뜻깊은 일을 한다고 충분히 느껴졌다. 이런 일을 하다보면 기억에 남는 일화도 많을 것 같은데, 다나그린을 운영하면서 또는 연구 중에 기억에 남거나 특별히 이야기하고 싶은 일화가 있는가.

현재 심장 유사체를 개발 중이다. 그 심장 유사체가 처음으로 박동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현재까지의 심장 유사체는 현미경으로만 관찰이 가능할 정도로 크기가 작거나 2D 상태에서 출렁이는 정도였다. 하지만 다나그린이 개발한 유사체는 부피 1CC정도로 쥐의 심장만한 크기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박동을 하기 시작했을 때,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

설계를 하면서 창업을 준비했다고 했는데, 전공과 아예 다른 분야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다. 건축 설계와 다른 일을 한다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는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전공이나 주제를 바꾼 경험은 나에게 도움을 줬다. 2009년에 거듭된 야근을 하면서 회사에서 필리핀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이 때 A형 간염으로 3주 정도 생사를 오간 적이 있다. 그때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이 ‘인생사 일장춘몽’라는 것이었다. 사는 것이 다들 거기서 거기며, 아등바등 살아봐야 어느 날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고, 창업도 도전할 수 있었다.

건축을 전공한 것이 현재 일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그 생각하는 이유와 예시가 있다면 함께 듣고 싶다.

건축은 사람의 공간을 창출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다나그린의 기술은 세포의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다. 대상은 다르지만 그들(사람, 세포)이 느끼는 편안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같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이런 얘기를 하면, 사기꾼이라고 한다. 투자자에게 이 얘기를 했다가 퇴짜를 맞은 적도 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현재 바이오 스타트업을 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과 안도감을 가져다 준 고마운 발상이다.

다나그린이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또한, 다나그린의 장단기 목표를 세웠는가.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푸드테크 배양육 분야다. 이유는 시장성과 상징성 때문이다. 바이오 분야는 이익을 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오랜 시간 데스밸리에 빠져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회사가 성장하는 데에는 필요한 캐쉬플로우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투자다.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매력적인 요소가 준비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요소가 바로 시장성과 상징성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지구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수단으로 엄청나게 주목을 받고 있는 푸드테크다.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들은 2018년 상반기에만 1조 4,000억 원을 푸드테크에 투자했다. 거기에 발맞춰 다나그린도 다양한 배양육 관련 기술 중 배양분야를 기술적으로 선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로 인해 안정적인 투자가 진행된다면 후에는 동물실험 대체기술과 세포치료제, 인공장기 기술을 확립하고 상용화할 계획이다.

다나그린의 앞으로 행보에 대해 기대가 크다.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새로운 분야의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건축인들에게 한 마디 전해달라.

먼저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지금 공부하고 있는 건축이 자신이 원했던 것이 맞는지, 평생의 업으로 삼을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알려주고 싶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맞다면 책만 보지말고 많은 경험과 답사로 실제 사용자가 느끼는 공간에 대한 개념을 먼저 세워야 한다. 하지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버리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많은 선배가 대학교 4년의 시간을 버리고, 초중고에서 학습한 이론들로 전공과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 자신을 돌아보며 진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혹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합리적인 과정이며, 중요하다. 대부분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수 없으며, 즐기는 자는 행복과 성취감에서 자존감을 얻기 쉽기 때문이다.

새로운 분야의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건축인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 두 가지만 전하고 싶다. 이 내용은 한 번씩 창업 강연 요청이 있을 때마다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첫 번째는 용기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먼저 가져야 한다. 시작이 반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무엇을 시도할 용기도 없으면서 멋진 삶을 바란단 말인가.’라고 했다.

두 번째는 의지다. 자신의 아이템이 아무리 시장성이 좋고 독창성이 뛰어나더라도, 창업 초기에는 누구나 힘들 수밖에 없다.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궁핍해지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이 떨어지면 포기라는 단어가 하루에도 수십 번 떠오른다. 그런 순간에 버틸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업이 어느정도 일정한 궤도에 올라와 있을 것이다.

마음을 먹었다면, 일단 용기내어 시작하자. 그리고 버티자. 그러면 어느 결과든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 진행: 고현경 기자 / 자료제공: 다나그린

::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20년 1월호(464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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