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잡다]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시하는 어반베이스_하진우

하진우_ 어반베이스 대표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어반베이스를 창업한 대표이사 하진우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후,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경험했었다.

건축학과를 다니던 시절의 하진우는 어떤 건축학도였는가. 어반베이스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시작하게 됐는가.

인문학과 공학이 결합한 ‘건축’이라는 분야에 매료되어 건축학과에 들어갔다. 사회 생활도 건축사사무소에서 시작했다. 그 당시만해도 언젠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을 짓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과연 무엇을 잘하는 사람일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세상에 천재적인 건축가들은 너무 많은데, 그 사람들과 내가 경쟁할 만한 실력을 갖추었나 생각하면 자신이 없었다.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은 냉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전자를 선택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자신있는 일이었다. 엔지니어인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어렸을 때부터 코딩으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을 좋아했다. 프로그래밍도 설계도 모두 재미있어서 하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 두 개를 다할 수 있는 업(業)은 없었다. 그렇다면 원하는 일을 내가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렇게 어반베이스가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어반베이스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 어반베이스는 어떤 곳인가.

어반베이스의 핵심 가치는 공간, 그 중에서도 실내공간이다. 2D 도면을 3D로 자동 변환하는 기술에서 출발해 공간을 꾸미고, 보여주고, 분석하는 기술에 이르기까지 어반베이스의 기술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이 경험하는 공간을 좀 더 잘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예를 들면, 어반베이스의 대표 서비스 중에서 ‘3D 홈디자인’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최근에야 셀프인테리어 열풍이 불면서 전문가 같은 비전문가가 많이 생기긴 했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일반인들에게 인테리어는 어렵고 생소한 분야인 것이 사실이다. 어반베이스의 ‘3D 홈디자인’ 서비스는 클릭 한 번으로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의 모습을 가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구와 가전은, 생활소품, 마루, 벽지, 창호까지 실제 거주 공간에 맞게 배치하고 인테리어해 볼 수 있는 서비스다. 그냥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자리에서 바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3D 홈디자인’ 뿐만 아니라 어반베이스의 증강현실 서비스도 있다. 소비자들이 기존에 힘들어하고 다소 비효율적으로 공간을 경험했던 방식을 더 편리하고 재미있도록 느끼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어반베이스의 오토스케치(Auto Sketch) 기술

어반베이스는 2019년 건축 도면을 3차원 공간으로 자동 모델링 하는 기술로 일본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이 ‘오토스케치’라는 공간 구현 프로그램은 어떻게 만들게 됐는가.

‘오토스케치(Auto Sketch)’는 2D 도면을 단 몇 초만에 3D로 만드는 자동 모델링 기술이다. 건축사사무소에서 일할 때 건축주와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일이 굉장히 많았고,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도 많이 느꼈다. 2D 도면만으로는 ‘이곳에 드라마틱한 공간이 펼쳐진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건축주 입장에서는 상상하는게 어려웠을 것이다. 덧붙여, 모형은 고객의 피드백을 유동적으로 실시간으로 수용하기 어렵다. 오랜 시간에 걸쳐 어렵게 만든 모형을 뿌시고 새로운 모형을 다시 만드는 과정이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졌고,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다. 공간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2D나 모형이 아닌 3D로 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쉽게 공간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으로 빠르고 쉽게 3D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오토 스케치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도면 상의 정보만을 바탕으로 대량의 실내공간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도록 ‘자동화’하는 것이다. 이 ‘자동화’ 기술은 국내와 일본, 미국, 최근에 유럽에서까지 특허를 인정받았다. 어반베이스는 오토스케치 기술을 통해 현재 전국 아파트 80%(약 560만 세대)의 3D 공간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이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높아지면서, 공간에 대한 관심도 함께 늘고 있다. 어반베이스가 하는 작업들이 이러한 사람들에게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스마트폰이 일반인들도 전문가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만들었다. 유튜브는 영상 제작과 유통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어반베이스는 공간에 관심은 있지만 전문성이 부족했던 다수의 비전문가들을 전문가의 영역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자신에게 맞춤화된 공간에 대한 니즈가 함께 커지고 있다. 어반베이스는 기본적으로 고객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공간의 3D 데이터들을 구축하고 있다. 그 공간에 어울리는 제품들을 정확하게 구현해 볼 수 있는 VR, AR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간 맞춤화(Customization)를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이미 몇몇 가구 및 가전 브랜드에서는 어반베이스의 기술을 통해 ‘생활맞춤’이나 ‘공간제안’이라는 이름으로 고객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고, 매우 긍정적인 고객 피드백을 받고 있다.

3D 홈디자인 서비스

전공과 다른 일을 선택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는가.

창업을 결심했던 나이가 31세였다. 그때는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아이가 없었고, 아내와 둘이 돈 없어도 서로 웃고 행복해하며 만족하는 삶을 보냈기 때문일까. 당시에 “내가 과연 40대가 되어도 창업을 결심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두려움이 밀려왔다. 보통 40대는 가장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때 창업을 한다면 사업을 일으키는 것도 힘들지만 주변에서도 지지받기도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아니면 영영 못하겠구나, 사실 이런 생각이 그 당시 두려움 없이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다.

건축을 전공한 것이 현재 일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그 생각하는 이유와 예시가 있다면 함께 듣고 싶다.

직접적인 건축설계 일을 안 한지는 꽤 됐지만 여전히 스스로는 건축가라고 생각한다. 건축의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직접적으로 건물을 설계하는 방법을 배우긴 하지만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처음 도출한 아이디어를 어떠한 프로세스로 정리해서 구체화하는지에 대한 훈련을 매 학기 하는 셈이다. 이는 일종의 사업을 추진하는 기획력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초기에 창업을 하는 과정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타사와 협업을 하거나 회사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때, 건축의 과정을 생각하곤 한다. 건축을 공부했던 경험이 새로운 분야임에도 금방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AR 뷰어 서비스

어반베이스의 새로운 작업물에 대해서 기대가 크다. 새로운 작업에 대한 구상이 있는가. 어반베이스가 가지고 있는 장단기 목표는 무엇인가.

기존에 어반베이스의 비전은 ‘현실을 가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실제 존재하는 2D 도면을 바탕으로 3D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가상 홈인테리어를 해볼 수 있게 만들었다. 앞으로는 ‘가상을 현실로’ 만드는 작업을 해보려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고객이 어반베이스의 3D 홈디자인 서비스를 통해 상상한 대로 웹이나 모바일에 인테리어를 구상하면 어반베이스가 검증한 인테리어 업체와 매칭시켜 해당 3D 인테리어를 그대로 현실 집에 적용해 시공까지 완료해주는 시스템인 것이다. 현실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것은 기술로 가능하지만 가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은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현실→가상→현실’로 이어지는 인테리어의 전 과정을 어반베이스라는 플랫폼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모델이다.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건축인들에게 한 마디 전해달라.

건축이라는 학문은 일생에서 한번쯤 빠져살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Architecture’의 어원처럼 모든 학문을 망라하는 학문인 만큼,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커리큘럼 외에도 사회적 트렌드나 경제, 정치 등 모든 분야에 호기심을 가지고 융합해야 한다. 특히, 경제는 건축인들이 두려워하고 취약한 분야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할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꼭 경제를 잘 아셔야 한다고 강조, 또 강조하고 싶다.

자료제공: 어반베이스 / 인터뷰 진행: 고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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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20년 6월호(469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