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건축잡다_건축과 예술의 관계를 좁히다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김현정_HaaS 대표

건축 문화 콘텐츠를 통해 건축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인 하스(HaaS)의 대표 김현정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창조 건축설계사무소에서 3년 정도 설계 업무를 했다. 더 실무적인 업무를 하고 싶어서 전시와 상업, 주거 공간 위주로 진행하는 작은 인테리어 사무소에서 팀장으로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경력을 쌓았다. 2018년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하면서 창업을 시작했다.

처음 건축학과는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건축을 배우면서 느낀 점과 건축학과를 다니던 시절의 김현정는 어떤 건축학도였는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로는 의, 식, 주가 있다는 이야기를 어렸을 적에 듣고 나중에 그 세가지 중 하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사물의 원리를 탐구하는 물리 과목을 가장 좋아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건축이란 분야가 과학뿐만 아니라 디자인, 인문학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라는 점이 매력있게 보였다. 결국 의, 식, 주 중에 주(건축)를 만들 수 있는 분야인 건축학과를 진학했다.

대학교를 입학하고 학교 설계 수업도 재밌었지만 답사, 사례조사를 명목으로 여행을 하거나 돌아다니는 재미에 푹 빠졌다. 대학생 때 정말 쉴새없이 바빴다. 뭐든 잘하고 싶었고, 보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었다. 학교 수업도 학점을 꽉꽉 채워 교양 수업과 타과 수업(디자인학부, 체육학부, 문학과 등)을 들었고 연극 동아리 활동, 건축 동아리 활동, 과대표, 과외, 아르바이트 등 밤낮없이 바쁘게 열정을 불태웠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대표님의 스타트업 과정을 물어보고 싶다. 관광 스타트업 하스(HaaS)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시작하게 되었는가.

인테리어 사무소에 다니다가 건축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회사를 그만 뒀다. 그러던 도중 첫 직장(설계사무소)의 선배가 스타트업이라는 생태계를 알려줬다. 그 당시 서울시청, 창업허브 같은 시설에서 무료로 창업 강의와 세미나를 해주는데 선배를 따라 다니면서 창업지원 같은 것들을 알게 됐다. 내가 창업을 하면 설계 말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설계 일을 하면서 늘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있었다. 왜 한국 사람들은 건축을 어렵고 전문적인 분야라고만 생각할까? 충분히 인문적이기도 하고 예술적이기도 하면서 매력있는 분야인데 건축하면 공사장, 부동산같은 것들만 떠올릴까? 한국에도 멋있는 건축물들이 많은데 왜 스페인으로는 가우디 투어를 가면서 한국으로는 건축여행을 간다고 하면 어색할까?

이러한 의문점을 해결할 아이템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지원서를 넣어 합격을 하고 하스가 설립됐다. 하스(HaaS)는 “How architecture and art get started”로 건축과 예술이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역으로 말하면 즐거우니까, 필요하니까, 우리는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 건축물 정보를 모으는 작업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 콘텐츠를 이용해서 작년에 전시도 했고, 콘텐츠를 활용해서 진행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들을 연구하고 있다.

전시 이미지

하스의 대표 작업물이라고 할 수 있는 아키베어에 대한 소개해달라.

아키베어(ArchiBear)는 건축(Architecture)과 곰(Bear)의 합성어이다. 누구나 친근하게 느끼는 곰인 아키베어와 함께 건축 여행을 하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서비스의 마스코트이다.

건축이 단지 정보나 지식, 어렵거나 전문적인 분야가 아닌 인문학, 교양적인 분야로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생소하게 느껴질지 모르는 ‘건축문화’를 알리고 싶었다. 일상 속에 건축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우리가 자주 가는 카페, 출근하는 회사와 같이 생활 속에 매우 익숙하게 자리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행을 가서 묵는 숙소, 가는 명소, 식당들도 문화를 담고 있는 건축물이다. 때문에 여행과 건축은 밀접한 관계임에 틀림없다. 일상 속 건축물을 건축문화의 관점에서 역사와 양식을 알고 바라보면 새롭게 보일 것이고, 여행지를 건축문화를 알고가서 느낀다면 더 유익하고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아키베어는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 내에서 안내자(가이드) 역할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주도하거나 정보를 준다.

2019년 한국관광공사 예비관광벤처기업으로 선정되면서, 건축과 관광에 대한 특별한 전시를 기획했다고 들었다. 이 전시에 대해서 소개해달라.

서울을 주제로 한 랜드마크를 소재로 전시를 진행했다. 우리가 매일 마주치고 생활하는 현대건축의 산물인 아파트라는 공간이야 말로 서울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라고 생각했다. 숫자 주소지, 비슷한 평면들. 나아가 지금의 아파트의 형태에 오기까지의 아파트를 낯설게 바라보기 위한 전시를 기획했다. 아파트가 역사적으로 우리의 삶에 들어오면서 모델하우스라는 것이 등장했는데, 그곳에서 모티브를 얻어 전시장 안에 아파트 평면을 가져왔다. 사적인 공간이지만 진부하지 않고 특별한 공간, 즉 전시의 일부로 느낄 수 있게 만들기 위하여 미디어아트를 통해 자연의 풍경을 방 안에 끌어들였다. 또한 딱딱하고 삭막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아파트라는 이미지가 요즘 아파트 키즈들에게는 추억의 공간이 되기도 하기에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예술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시 공간은 아파트라는 일상의 공간에 독특함을 더할 수 있었다. 와디즈 펀딩을 통해 전시가 열릴 것임을 홍보하고 2019년 11월 약 3주간 연희동에 위치한 연남장 전시장에서 진행됐다.

전시 이미지

전공과 다른 일을 선택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는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설계사무소에서 첫 직장 생활을 했다. 그런데 건축설계는 특성상 건물이 하나 완성되기까지 평균 3~5년 정도의 기간이 걸리고 큰 단지의 경우에는 10년도 걸린다. 심지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여 프로젝트로 기획했던 결과물이 지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과연 내가 이렇게 긴 싸이클 동안 설계를 한다고 했을 때 내 인생 동안 몇 개의 건축을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이클이 짧은 인테리어 사무소에 갔다. 짧으면 2주, 길면 3개월 정도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은 사무소였기 때문에 미팅에 직접 참여하여 클라이언트를 만나게 되고, 시공 현장에서 협력업체분들과도 소통할 수 있었다. 이렇듯 내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영향을 받으며 변화하며 지금의 일을 하고 있다.

인생은 수많은 선택과 도전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내 가치관에 맞는 새로운 일을 도전한다는 것은 두려운 것이 아닌, 이전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서 내 마음과 생각이 원하는 대로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흥미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축을 전공한 것이 현재 일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와 예시가 있다면 함께 듣고 싶다.

대학교 재학 시절에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에 ‘건축학과를 나오면 어디에 가서든 잘한다’라는 말을 사회에 진출하고 비로소 실감하게 되었다. 건축학과의 설계수업의 커리큘럼을 보면, 사례조사에서부터 대지선정, 기획에서 디자인, 상세도면 작성, 프레젠테이션으로 구성된다. 이를 스타트업(창업)에서의 적용으로 예를 들면, 사례조사와 기획의 경험은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디자인은 UI 디자인, 포스터 등을 디자인했을 때의 감각과 툴(컴퓨터 프로그램 등)사용능력으로, 상세도면은 비즈니스모델(수익구조)를 좀 더 면밀히 검토할 때의 꼼꼼함으로, 프레젠테이션은 사업설명이나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 적용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설계의 과정이라는 것이 창업의 과정과 매우 닮아있다. 심지어 혼자 진행할 수 없는 큰 프로젝트에서 팀원과의 관계와 역할 분담이 사업과정에서는 팀 설계(직원 관리)에 까지 적용된다. 건축과 관련된 설계가 아닌 건축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만, 건축을 전공했기 때문에 이 일을 시작할 수 있게 하고, 콘텐츠에 전문성을 더 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스가 앞으로 작업물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 새로운 작업에 대한 구상이 있는지, 하스가 가지고 있는 장단기 목표에 대해도 말해달라.

건축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에서 나아가 건축을 잘 모르던 사람들에게도 건축이란 것이 더 이상 어렵고 전문적인 분야가 아닌 재미있고 의미있는 분야라는 것을 알리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 정말 건축을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건축 여행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하지만 건축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여행이 중심이 되고 여행을 즐기는 그 과정에서 건축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올해에는 건축 여행 가이드 서비스를 론칭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국내 건축 여행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더 나아가 국내에 건축 여행을 하러오는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여 한국 건축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싶다.

서비스 이미지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건축인들에게 한 마디 전해달라.

각자 자기만의 이유에서 건축이라는 분야를 선택한다. 단지 멋져 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 집을 짓고 싶어서일 수도, 크게는 세상에 발자취를 남기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던, 건축설계를 꾸준히 하던 건축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멋있는 분야임에 틀림없다. 우리 생활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적인 ‘공간’을 다루고, 디자인으로서 예술적 감각을 자극하고, 구조적으로서 안전을 책임지고, 나아가 미래의 환경의 지속성까지 생각할 수 있는 폭넓은 분야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많은 것을 공부하고 연구해야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디자인적 감성, 인문학적 지식, 커뮤니케이션 까지 많은 능력을 필요로 한다. 끊임없이 철학, 역사, 정치, 경제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한다. 도전을 즐기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건축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면 건축을 공부했기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이 어떤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답을 얻게 된다면 꼭 도전하여 열정의 뜨거움을 느끼고, 인생에 활력을 얻길 바란다.

유투브채널 : https://www.youtube.com/아키베어tv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archibear_official/
홈페이지 : https://www.archibear.com

인터뷰 진행: 고현경 기자 / 자료제공: HaaS

::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20년 7월호(470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