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4월 16, 2021

[Interview] 건축잡다_버려진 공간의 가치를 찾아내서 다듬는 사람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배효선_사이드앨리 대표

강릉에 정착해서 공간디자인을 하고 오래된 집을 고쳐 강릉에 살아보는 공간을 병행하여 운영하고 있다. 공간디자인이 주된 업무이고 그중에도 오래된 곳을 재생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하고 있는 일을 꼭 인테리어라고 국한하고 싶지는 않다. 익스테리어를 함께 작업하는 경우도 있고 외부 경관을 끌어와 실내로 연결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공간디자인 혹은 공간 기획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건축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건축을 배우면서 느낀 점과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배효선은 어떤 건축학도였는지 궁금하다.

사실 건축보다는 심리상담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건축을 하시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건축학과를 지원하게 되었고 대학 시절 내내 아버지께 감사했다. 대학시절, 설계보다는 시공에 관심이 많았다. 주로 재료 시험이나 시공 방법 강의를 좋아했다. 시험 전날 공부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밤새 달려 바다를 보러 갔던 기억이 있다. 늘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아내던 시절을 보냈다.

강릉의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창업 멤버로 시작하여, 강릉의 공간재생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했다고 들었다. 공간 재생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대학 졸업 후, 아버지와 함께 일을 하다가 아버지께서 암으로 세상을 떠나시고 방황이 시작됐다. 그때 건축 관련된 일은 모조리 그만두고 무엇을 해야 즐거울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렇게 커피를 시작하게 됐다. 서울에서의 직장은 합정에 있는 카페 ‘앤트러사이트’였다. 공간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회사였기 때문에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다. 공간에 대한 생각도 그때를 기점으로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는 당시 맥주 양조를 배우기 시작했고 양조를 가르치시던 교수님께서 준비하고 계시는 사업에 합류를 권하셨다. 그게 버드나무 브루어리다. 그렇게 강릉에 오게 되었고 나의 첫 공간재생 프로젝트가 되었다. 아주 운이 좋게도 좋은 기회를 얻었고, 좋은 성과를 맛보았다. 하지만 오래 방치되었던 건물은 사용할수록 곳곳에 보수가 필요했다. 그렇게 공간재생의 쓴맛도 맛보았다. 디자이너와 시공자와 사용자의 입장을 늘 겸하고 있었던 경험들이 결국 나를 창업의 길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버드나무 브루어리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사이드앨리의 대표이면서 디자인 전문가의 역할도 하고 있다. 운영했던 홍제원 게스트하우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디자인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좀 쑥쓰럽다. 매 현장마다 배우는 것들이 있다. 홍제원 – 게스트하우스를 제외한 ‘홍제원’이 공식 명칙이다 – 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을 받아서 시작했다. 당시 ‘도시재생형 게스트하우스 청년창업공모’가 있었고, 지원 프로그램기간이 짧아 디자인부터 시공까지 3주만에 끝냈다. 그래서 아쉬운 점이 많다. 홍제원은 당시 나에게 가장 큰 화두였던 ‘쉼’이 주제가 된 공간이다. 그때에 ‘쉼’이 절실하게 필요했고 오래된 동네의 해가 따뜻하게 드는 집에서 다녀가는 모든 이들이 ‘쉼’을 느끼고 ‘숨’을 쉬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프로젝트였다. 현재는 게스트하우스처럼 짧게 머무는 공간이 아닌 몇 주 혹은 한두 달까지 살아보는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그것이 처음 홍제원을 만들었던 취지와 더 맞다고 생각해서 변화를 주었다.

홍제원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소집’과 ‘한낮의 바다’이다. ‘소집’은 글을 쓰는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자 소규모 갤러리다. 남항진 바다로 가는 길목에 있는 병산동 동네에 고택이 있었고, 그 한켠에 있던 우사를 고쳐 만든 공간이다. 작가님께서 전적으로 믿어주신 덕분에 추구하는 디자인이 고스란히 담길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소집

‘한낮의 바다’는 골목에 있는 독립서점이다. 이곳은 지금까지의 프로젝트와 좀 다르게 공간에 스토리가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저 흔한 건물 1층 네모 반듯한 곳이었다. 새 건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매력있는 오래된 건물도 아니었다. 클라이언트가 디자인을 전공한 분이라 공간에 대한 생각도 남다르고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 즐겁게 소통하며 진행했던 프로젝트다. 물리적인 공간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그 공간에 오랜시간 머물고 향유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낮의 바다’는 그 완성 요소와 물리적인 공간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그 공간은 이제 ‘한낮의 바다’만의 스토리가 입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마음에 들어하는 프로젝트다.

한낮의 바다

전공과 다른 일을 선택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나.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전공과는 다른일을 많이 해왔고 처음 이야기했듯이 돌고돌아 다시 건축을 하고 있지만 그 중에 용기가 필요했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건축으로 돌아오는 때에 용기가 필요하다.(웃음)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길이든 앞날을 내다 볼 수 없는 이상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돌고 돌면서 깨달은 것은 결국 어떤 일을 하든 내 모든 경험들이 구슬을 꿰듯 이어져 새로운 길로 나타나거나 혹은 나만이 할 수 있는, 누구보다도 더 잘 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니 지금 겪게 되는 모든 새로운 일들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안에 분명히 즐거움이 숨어 있다.

사이드앨리의 장단기 목표는 무엇인가.

공식 사업명은 ‘사이드앨리(sidealley)’로 변경 했다. 말하자면 ‘mainstreet’과는 반대되는 개념의 뒷골목 정도로 해석된다. 혹자는 회사 이름이 ‘side’보다는 ‘main’이 낫지 않냐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뒷골목의 정취와 버려진 공간이 가지는 시간들의 가치를 늘 생각하기를 원하는 마음에 사이드앨리를 고수한다.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당연히 장단기 목표이다. 하지만 그 안에 속마음을 이야기 하자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간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사람과 공간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영향력을 잘 알지 못하고 그저 주어진 공간에 나를 맞추는데 더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사이드앨리를 만나는 사람들은 작업을 통해서 공간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들을 깨닫고 공간을 능동적으로 바꾸고 누릴 수 있다는 시각을 가지게 됐으면 한다. 그리하여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과 이야기가 녹아있는, 오래도록 편안하고 즐겁게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계속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공간의 힘을 믿는다.

또한, 사이드앨리는 뒷골목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배드민턴 용어에서 ‘정의되지 않은 구역’이라는 의미도 가진다. 진행 방식에 따라 IN이 되기도 하고 OUT이 되기도 하는 구역을 이야기 한다. 사이드앨리가 결국 하는 일은 OUT된 공간을 ‘IN’ 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매 프로젝트마다 새기는 단기 목표다.

아뜰리에 릴리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건축인들에게 한 마디 전해달라.

모든 경험은 그만한 가치를 가진다. 그러기엔 너무 늦은 건 아닐까, 나만 더 늦어지는건 아닐까, 시간 낭비는 아닐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었으면 좋겠다. 더더욱이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립된 사고나 정형화되는 시각, 다양성을 거부하는 진부함을 벗어나는 길은 경험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면 성장해 있는 본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제공: 사이드앨리 / 진행: 고현경

Instagram: @side_alley_design
website: www.sidealley.kr

::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20년 10월호(473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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