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건축잡다_친밀하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집을 소개하는 공인중개사

전명희_별집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건축가가 설계하여 지어진 좋은 집과 특색 있는 업무 공간을 큐레이팅 하여 중개하는 ‘별집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학부에서 건축 설계를, 대학원에서 CM(건설사업관리)을 전공했다. 학교 졸업 후, 경의선 철도 유휴부지 도시재생 프로젝트와 녹사평역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으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다년간 부동산 중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처음 건축학과는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건축을 배우면서 느낀 점과 건축학과를 다니던 시절의 ‘전명희’는 어떤 건축학도였는지 궁금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침 뉴스에 인사동길 설계와 관련해 김진애 도시건축가가가 소개됐는데 그의 파워풀하고 전문적인 모습에 단숨에 매료됐고, 그때부터 그가 집필한 ‘자라기’ 시리즈, ‘여자로 태어났으면 건축을 꿈꾸자’ 등의 책을 읽으며 건축가를 꿈꿨다.

대학교 2학년 때까지는 그림 그리는 것을 특히 좋아하는 매사에 성실한 건축학도였다. 그러다 3학년 2학기 때부터 재능과 진로에 대해 방황을 하기 시작했다. 설계 수업과 크리틱에서 내 설계안에 대해 지적을 받을 때마다 자신감을 잃기 시작했고, 결국 건축 설계라는 과목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타인의 비판을 받아들이는 법을 몰랐던 것 같다. 건축 설계에 흥미를 잃은 뒤부터는 외부 활동에 눈을 돌렸다. 한국도시설계학회 학생기자단으로 활동하거나, 러시아 하바롭스크 국제도시건축포럼에도 참석하는 등 보다 재미있는 활동들을 찾아다녔다.

써드플레이스

건축과 부동산은 뗄 수 없는 관계다. 공인중개사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가.

건축을 전공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으로서 졸업 후에도 당연히 건축과 관련된 일을 업으로 삼고자 했다. 그런데 건축설계사무소나 건설회사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스스로를 설계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고 너무 일찌감치 판단해버린 탓에 건축설계사무소에 가는 일은 의미 없는 일처럼 느껴졌고, 건설회사에서는 장기적인 비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 하고 방황을 하던 차에 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2013년도에 운명처럼 ‘도쿄R부동산’을 만났다.

‘도쿄R부동산’은 재미있는 부동산이라는 콘셉트로 오래된 건물과 공간들의 가치를 재발견하여 중개하는 온라인 부동산 편집숍이다. 건축과 부동산은 별개의 분야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부동산의 문제를 건축으로 해결하는 이들의 사업모델은 신선한 충격과 설렘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건축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건축가가 되기를 포기했다”는 ‘도쿄R부동산’ 대표의 말이 매우 인상 깊었다. 부동산을 중개하는 일은 결국 건축을 유통하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공동 대표 중 한 명인 하야시 아쓰미 대표를 일본으로 찾아가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에서 돌아오자마자 우리나라에 ‘도쿄R부동산’과 같은 부동산을 만드는 실행의 첫 단계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반 부동산 시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며, 우선 우리나라의 부동산 생태계를 파악했다. 그 사이 인구 구조와 가치관의 변화로 ‘인테리어’와 ‘집’이라는 콘텐츠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부동산을 시작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판단해 2018년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준비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2019년 7월 정식으로 서비스를 오픈하게 되었다.

청아재

별집 공인중개사사무소는 건축과 디자인적으로 매력적인 모델을 안내할 뿐만 아니라, 임차인에게 공간을 사용하는 방법을 함께 소개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별집 공인중개사사무소만의 공간을 소개하는 방식이 있다면 무엇인가.

앞으로는 공간 감수성이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이런 공간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공간에 대한 경험치가 누적이 되어야 한다. 별집은 다양한 공간 체험을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도 친숙한 집에서부터 출발을 하고자 했고, 건축가가 설계해 지어진 건강한 집에 주목했다.

웹사이트에 매물을 업로드할 때 기존 부동산과 같이 금액이나 면적과 같은 정량적 정보도 물론 제공하지만, 이 집에서 살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소개글을 작성하여 함께 제공하고 있다. 집을 소개할 때 집에서 어떤 기억을 만들게 될지, 어떤 즐거움을 발견하게 될지, 내 안의 어떤 감각들을 일깨우게 될지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소개한다. 그래서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용어나 복잡한 도면 사용을 지양하고, 그 집만의 숨겨진 매력과 분위기를 포착해서 딱딱하거나 무겁지 않게 소개한다. 물론 단점도 언급하는데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위트 있게 소개한다. 그리고 고정관념처럼 굳어져 버린 집에 대한 상식들을 (양면성 측면에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북향은 나쁜 향이 아니며,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를 소개하는 식이다.

사진을 촬영할 때는 집의 따스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가 나는 날과 빛이 잘 드는 시간대에 촬영하고, 가급적 광각렌즈를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매물 사진은 가장 궁금해 할만한 실의 내부부터 시작해서 공용부 및 외관, 동네의 순으로 배치하여 소개하고 있다.

사랑채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는가.

선천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기질을 가졌다.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이는 그 선택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돌이켜 보면, 대학을 졸업 후에도 건축 관련 회사로 취업해 커리어를 쌓고 있는 학교 선배와 동기들은 내가 가는 길을 이해하지 못했다. 언뜻 전공과 관련 없는 일들처럼 보이지만 나는 건축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30대 중반이 되어 부동산 중개를 평생의 업으로 삼기로 결심했을 때 이 일을 잘 할 자신도 있었고, 비전이 있다는 확신도 들었지만, 사실 마음 한 켠에는 두려움이 존재했다. 이 시기에 실패하면 회복할 수 없는 경제적인 타격을 입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설렘과 두려움을 모두 안고 가야한다. 별집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자신을 믿으며 긍정적인 마인드로, 차근차근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대학 시절부터 이어져온 다양한 건축 관련 활동들이 지금의 별집공인중개사사무소에도 모두 녹아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건축을 전공한 것이 현재 일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학부 수업 시간에 건물을 설계할 때 항상 다음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1) 제일 먼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여러 사례를 조사하고 연구한다. 2) 이 사례들을 정리하며 자신만의 콘셉트를 세운다. 3) 그리고 이를 다이어그램으로 체계화하고, 4) 논리적인 프레젠테이션으로 사람들을 설득시킨다. 그때의 이 반복적인 훈련이 몸에 배어 현재의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대학원에서 석사 논문을 쓰면서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는데, 계속해서 내가 하고 있는/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초심을 다져 나가는 중이다.

건축설계사무소나 건설회사에서 실무를 경험한 적은 없다. 하지만 학부와 대학원에서 건축 설계 및 시공을 공부하면서 건축가와 엔지니어, 시공사, 건축주가 하나의 건축물을 짓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정성을 쏟으며, 노력를 기울이는지 알게 됐다. 그래서 공인중개사지만 집을 방문할 때면 자연스럽게 집을 짓는 과정을 떠올리며 건축가의 의도와 공간의 구조, 창의 위치와 크기, 천장고, 마감 등 디테일을 살핀다.

로킴스 브릭

별집 공인중개사무소의 장단기 목표는 무엇인가.

향후 2년간은 다양한 매물(주거 및 근생)을 확보하는 작업에 최대한 집중하려 한다. 지금은 혼자 운영하다 보니 매물 확보가 더디게 이뤄져 웹사이트에 업로드된 매물의 수가 적은 편이다. 색다른 공간을 기대하고 별집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고객들을 위해서 매물 선택의 폭을 더욱 넓혀 나가겠다. 그리고 그동안은 임대차 위주로 중개를 해왔는데 매매 중개도 계획 중이다. 매물 확보가 안정기에 들어서면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형태로 매물들을 분류할 예정이며, 지금과 같이 건축가와 건축주, 임차인을 인터뷰하며 중개 후에도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활동과, 작은 소모임 형태로 집과 공간에 대해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분들을 만나는 활동을 지속해 나가려 한다.

별집은 누군가의 정성으로 지어진 좋은 집과 공간에서의 경험들이 우리 삶의 폭과 깊이를 확장시킨다고 믿는다. 단순히 공간을 중개하기보다 그 공간의 가치와 삶의 태도를 전하는 부동산이 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별집을 통해 잠재되어 있는 자신의 감각들을 일깨우는 즐거운 공간을 만나기를 희망한다.

토끼집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건축인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예전에는 설계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건축가가 되어야 우리나라에 멋진 건축물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좋은 건축물이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건축가에 의해 만들어진다. 적당한 비용으로 사용자와 환경을 고려해 디자인된 건축물들이 많아지고, 그 공간을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건축과 도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 테고, 그렇게 건축문화가 한층 더 성숙해질거라고 믿는다. 멋진 건축물보다는 좋은 건축물을 지어 일반인들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건축학도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일상의 공간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잘 녹여낸 마쓰이에 마사시의 소설《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추천하며, 등장하는 문구로 마무리 하고 싶다.

“건축은 예술이 아니다, 현실 그 자체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마쓰이에 마사시


진행: 고현경 / 자료제공: 별집공인중개사사무소


별집공인중개사사무소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 12, 601호 (장사동, 동호빌딩)
홈페이지 byulzip.com
인스타그램 @byulzip

::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20년 12월호(475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