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5월 18, 2021

[Interview] 건축잡다_건축물의 에너지 성능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건축물에너지평가사 박규호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건축설계를 전공하고 현재는 인증기관에 소속되어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업무를 수행하는 건축물에너지평가사로 일하고 있다.

처음 건축학과는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건축을 배우면서 느낀 점과 건축학과를 다니던 시절 어떤 건축학도였는지 듣고 싶다.

대부분의 건축학도들이 그렇듯 건물을 설계하고 공간을 만들어 낸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건축학과에 지원했다. 하지만 건축설계 수업을 진행하면서 설계 자체보다는 패시브하우스 등의 친환경 건축요소에 관심이 갔다. 모든 설계과제마다 패시브하우스의 친환경 요소를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설계와 친환경 요소들이지만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지금의 업무를 하게 된 것까지 이어진 것 같다.

본격적으로 박규호님이 종사하고 있는 건축물에너지평가사 업무에 대해 묻고 싶다.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업무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건축물에너지평가사는 무슨 일을 하는지 소개해달라.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은 가전기기에 붙어있는 에너지효율등급표처럼 건축물 자체에 성능을 비교하기 위해 객관적인 성능등급을 매기는 일이다. 에너지 사용량을 예측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건축허가 단계에서 도서만으로 평가하는 예비인증과 준공 단계에서 현장실사를 거쳐 평가하는 본 인증이 있고 도서검토, 건물에너지 해석 프로그램(ECO2) 평가, 현장점검을 통해 인증서를 발급하는 일을 말한다.

건축물에너지평가사는 녹색건축인증(G-Seed), 에너지효율등급 평가, 그린리모델링 사업 등 녹색건축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전문자격이다. 건축, 기계, 전기, 신재생 분야의 이론 및 실무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거쳐 선발되는데, 인증기관에 소속되거나 등록되어 인증평가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업무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현장실사를 통해 건축물의 단열성능 기계설비의 설치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건물에 위치에 따라 전국을 돌아야녀야 한다. 이 업무의 소소한 장점이 있다면 전국의 맛집을 하나둘 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울릉도에 지어진 건물을 인증하기 위해 배를 타고 울릉도에 방문했던 업무가 기억에 남는데, 돌아가는 배가 악천후로 뜨지 못하면 크리스마스를 울릉도에서 보내야 될 수도 있던 날이었다. 다행히 돌아오는 날의 날씨가 좋아서 배 시간을 기다리며 산에 올라 울릉도를 내려다 보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사무실에서 매번 같은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고, 중간중간 외부 업무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업무적으로는 건축물에너지평가사로서 인증신청인이 더 좋은 인증을 획득할 수 있도록 건축물 개선사항에 대해 제안하는 일들이 가끔 있다. 법정 인증기준은 만족했지만 신청인이 자율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인증 등급을 받고 싶어할 때 개선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정리해서 보내는데, 이러한 업무들은 인증제도가 좋은 방향으로 뿌리를 내리도록 기여한다는 점에서 뿌듯함이 느껴지곤 한다.

건축을 전공한 후 설계가 아닌 일에 종사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는가.

국가에서 진행하는 정책방향에 의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업무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알려져 있는 정보가 많지 않았고, 단순히 설계도서만을 검토하는 업무라고 생각했다. 막상 일 해보니 건축뿐만 아니라 기계, 전기, 신재생에서도 수준있는 지식을 요구하는 분야였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그렇게 건축물에너지평가사라는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다. 건축설계 분야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분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시작하였기 때문에 부담은 다소 없이 시작할 수 있었기도 하다.

건축을 전공한 것이 현재 일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건축을 전공한다는 것은 논리를 배우는 일이다. 아무렇게나 휘갈긴 선은 낙서일 뿐이고 설계가 되기 위해서는 그 선에 논리를 담아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건축을 전공했다는 것은 어떤 일에서든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평가 업무는 건축, 기계, 전기, 신재생 분야에서 종합적으로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각 파트의 설계의도를 파악하는 일이 첫 번째 일이다. 복잡한 대규모의 건물을 처리할 때도 그냥 설계도면을 바라보면 복잡해서 파악하기가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건축을 전공하며 배웠던 대로 설계자의 의도를 파악하며 도서를 검토하면 훨씬 수월하다.

건축물에너지평가사로서 가지고 있는 장단기 목표는 무엇인가.

2020년은 건축물인증 분야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해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부정책에 의해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인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이 공공기관부터 의무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2025년부터는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건축물 또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의무대상이 된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의 제일 핵심사항은 BEMS라고 불리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이다. 이는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에 의해 에너지가 적게 사용되도록 설계된 건축물을 의도대로 운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EMS는 대규모 업체에서만 취급하고 있는 실정이고 25년부터 의무화가 되는 소규모 건축물에 적용하기에는 비용적으로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BEMS를 소규모 건축물에서도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성하고 보급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다.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은 건축물 전 생애주기에서 극히 일부분만을 담당하고 있으며 진정한 친환경 건축과 에너지관리,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이루기 위해서는 운영부분에서의 효율적인 운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건물 에너지 해석 프로그램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건축인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건축계획 시간에 건축의 3요소로 구조, 기능, 미가 있다는 것을 배운다. 미적 요소를 탐구하는 건축설계에서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다양한 업무와 기회가 펼쳐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건축설계 분야에서도 AI설계, 증강현실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산업군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지구온난화 등에 의해 건축산업 전반에서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후배들이 건축설계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며 발전을 이끌어 주길 바란다.

진행: 고현경 / 자료제공: 박규호

::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21년 1월호(476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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