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잡다] 달콤한 도전을 끊임없이 쌓아온 디저트 아티스트_김소우

 

김소우_디저트 아티스트, 유아시스 대표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머랭’(달걀흰자와 설탕으로 만드는 구움과자) 하나로 한국은 물론 국외에서까지 찾아오는 디저트 카페 ‘유아시스(UASIS)’를 3년간 운영했고, 현재는 디저트 교육사업으로 확장하여 ‘베이킹 스튜디오’를 열었다. 머랭이라는 클래식한 디저트를 신선하고 다양하게 표현해내는 ‘디저트 아티스트’로서 머랭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노력을 하고있다.

처음 건축학과는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건축을 배우면서 느낀 점과 건축학과를 다니던 시절의 “김소우”는 어떤 건축학도였는지 궁금하다.

원래 전공은 산업디자인학과였는데 2학년 때, 건축학과 1학년으로 전과를 했다. 사실 중간에 자퇴와 재입학, 일반휴학, 창업휴학을 반복하며 일반적인 대학생들과는 많이 다른 길을 걸어왔다. 창업휴학을 하는 동안 디저트 카페를 열면서 시장조사를 위해 전국에 있는 여러 카페들을 많이 돌아다녔는데, 특히 ‘공간’에 대한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 예를 들면, 천장의 높이, 창을 내는 방식이 달라짐에 따라 그 공간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편안함, 불편함을 느끼는지 등을 분석하며 즐거워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어 건축학과로 전과를 하게 됐다. 조금 늦은 나이에 7살 어린 신입생 친구들과 함께 건축 공부를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건축 쪽을 공부해왔던 친구들이 많았고,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다 학교에 온 친구도 있었다. 그에 비해 건축에 이제 막 관심을 가졌던 나는 설계수업과 크리틱에서 학기 내내 지적만 받았다. 밤을 새우며 작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칭찬 한 번 받지 못했기에 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 속으로 수백 번을 포기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나보다 더 어른스러웠던 동생들의 격려 덕분에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끝까지 해보기로 마음먹고 함께 밤을 새가며 설계 수업을 마쳤다. 결과는 A+이었고, 교수님은 칭찬을 섣불리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능력치를 더 끌어올리는 교육자셨던 것이다. 이 과정들이 건축공부를 하는 데 원동력으로 작용해 다음 학기수업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현재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아직 건축학 공부를 포기한 것은 아니며 조금 느리더라도 천천히 배움의 기쁨을 즐기면서 공부하고 싶다.

본격적으로 유아시스에 대해 묻고 싶다. 유아시스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들었는데.

U(you) + OASIS = UASIS, 유아시스는 ‘당신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어줄게요’라는 뜻이다. 유아시스를 운영하면서 얻은 수익의 일부를 모아, 깨끗한 물을 제공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오지의 아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식수지원사업’에 1,000만 원이라는 금액을 기부하고자 하는 목표와 그 의미를 담았다. 창업 2년 후, 그 의미를 알아준 고객들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목표를 이루었고 앞으로도 꾸준한 기부활동으로 보답하고자 한다.

디저트 아티스트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

‘디저트 아티스트’라는 말은 감사하게도 해외 팔로워 분들이 불러준 이름이다. 디저트 만드는 사람(파티시에)과 예술가를 합친 의미다. 우리나라 파티시에들의 실력은 ‘K-디저트’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맛도 모양도 훌륭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 김소우만의 차별화된 스타일의 디저트 개발이 필요했다. 잠깐이었지만 산업디자인 공부로 익힌 디자인 감각을 기존 클래식한 모양의 디저트에 더하여 예술작품 같은 디자인의 디저트를 하나씩 완성해 나갔다. 이를 활용하여 아이템 개발, 신메뉴 개발이 필요한 예비창업자 대상으로 디저트 수업을 운영하고 있고, 연구한 디저트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SNS에 기록해 공유하는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머랭, 에끌레어 작품

 

디저트 아티스트로서 머랭 클래스, 책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

싱가포르와 자카르타로 국외 베이킹 세미나에 초청되어 다녀왔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국내에서 처음 오픈했던 머랭 클래스가 감사하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클래스를 오픈하면 공지를 올림과 동시에 마감이 되어 ‘3초 만에 마감되는 인기 클래스’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그 영향으로 ‘머랭쿠키’, ‘마시멜로’라는 머랭 전문 서적 2권을 출간하게 됐다. 이 활동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까지 알려졌고, 자카르타에서 첫 국외 세미나 초청이 왔다. 뒤이어 싱가포르도 다녀왔다. 국외로 초청된 한국 최연소 셰프라고 했을 때의 그 설렘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이름으로 출간한 책이 있다는 것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국외 수강생들이 내 책을 하나씩 가지고 사인을 요청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이라 모든 게 쑥스럽고 어색했다. 아직까지 국외 수강생들과 SNS를 통해 디저트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고, 기쁜 일이 있으면 서로 축하해주며 지낸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나의 노하우와 연구한 모든 것들이 수강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대한민국인재상 수상
교육하는 모습
출간한 세 권의 책

 

전공과 다른 일을 선택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는가.

사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건축학 공부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다가 디저트 카페에 도전한 것, 디저트 카페를 하다가 건축학을 공부한 것, 건축학을 공부하면서 베이킹 스튜디오를 연 것. 이 모든 게 나에게 있어서 새로운 도전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이것저것 안해본 것이 없었다. PD, 포토그래퍼, 웹툰작가, 소설가, 디자이너 등 수 십번이나 꿈이 바뀌었고, 늘 쉽게 포기했기 때문에 늘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나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보다,포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편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가 굉장히 많지만, 학창 시절 갈피를 못 잡고 방황했던 경험 때문에 무엇 하나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그때 버린 시간이 아깝다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지금 내가 하는 디저트 아티스트, 크리에이터라는 일에 있어서 학창 시절 도전했던 일들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최근 들어 느끼고 있다. 지금도 디저트 만드는 일을 하면서, 목공방을 다니며 목공예라는 새로운 분야를 도전하고 있다. 지금 당장 목공예라는 것이 앞으로 내가 하는 일에 도움이 될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과거의 다양한 경험들이 현재 나에게 큰 도움이 됐 듯,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도전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건축을 전공한 것이 현재 일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베이킹 수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수강생들을 만나게 되는데, 대부분이 기존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 또는 예비 카페 창업자 수강생이었다. 그러다 보니 수업 중간중간에 매장을 운영, 또는 준비하면서 어렵거나 힘든 점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한다. 그 중 어떤 예비 카페 창업자 수강생은 3곳 정도의 상가를 골라두고 어떤 공간으로 들어갈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건축 공간에 대한 공부를 한 이후, 상가 사진들을 차례대로 보니 선택한 공간들에 대한 문제점, 장점이 보였다. 천장이 낮은 공간은 고객들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가게 앞에 계단이 있으면 입구에 들어서려는 고객들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 조언한 결과, 가장 적합한 공간 선택하는 일을 도울 수 있었다. 이후, 도움을 받았던 수강생이 건축 전공에 대한 역량을 더한 디저트 컨설팅 커리큘럼을 계획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현재 실제로 계획 중에 있을 정도로 많은 영향을 준 셈이다. 이러한 것들이 굉장히 뿌듯했던 경험으로 남아 건축을 전공하길 잘했다고 느꼈다.

해외 출강 활동
소상공인진흥공단 강의

장단기 목표는 무엇인가.

올해의 목표는 ‘배움’이다. 국내와 국외를 돌아다니며 디저트 교육을 하는 것이 주된 일이지만, 현재 COVID-19로 인해 일을 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사실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지금까지 성장하는 데만 급급해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배우고, 공부하며 올 한해를 보낼 계획이다.
코로나 종식 이후에는 국내, 국외 세미나 출강으로 시야를 더욱더 넓히고, 디저트 관련 전문성을 계속 키워나갈 것이다. 더불어 건축에 대한 설계 역량을 더해 기존 디저트 교육사업과 차별화된 컨설팅 사업으로 성장시키고자 한다. 앞으로도 겸손한 자세로 배움을 지속해 전 세계적인 디저트 아티스트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건축인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새로운 도전을 한 결과 성공을 했든, 실패를 했든 모든 것이 다 내 인생에 있어 꼭 필요했던 경험으로 자리 잡았다. 비전공자로 건축학과를 바라보았을 때도 막연히 멋있어 보였지만, 전공자가 되어 건축학과를 바라보니 더욱 멋지고 매력있게 느껴진다.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건축분야에서의 도전과, 또 다른 일에 도전하려는 건축인들의 도전을 언제나 환영하고 응원한다.

인터뷰 진행: 고현경 기자 / 자료제공: 김소우

::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21년 4월호(479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