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잡다] 의문형 건축학과의 새로운 도전_홍승우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홍승우_콜라보스페이스 대표

현재 디자인회사 콜라보스페이스를 4년째 운영하고 있다. 건축학과를 졸업한 직후 1년 동안 건축설계사무소를 다녔었고, 그 이후 1년간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처음 건축학과는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건축을 배우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건축학과를 다니던 시절의 홍승우는 어떤 건축학도였는지 궁금하다.

건축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디자인과 관련된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을것 같다 라는 생각으로 지원했었다. 건축학과에서는 설계실에 가장 오랫동안 남아있고 건축설계를 열심히 했던 학생 중 한 명이었다. 주관이 뚜렷한 편이어서 주장을 잘 굽히지 않았고 이러한 성향이 설계점수에 좋게, 또는 안 좋게 반영되어 건축설계 학점은 5년 내내 극과 극이었다.

 

콜라보스페이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실무를 경험했지만, 내가 기대했던 일과는 간극이 있어 적잖은 회의감을 느꼈다. 근무했던 곳에서는 주로 오피스텔과 아파트를 설계했는데, 단순 반복적인 업무가 많았고 창의적인 일을 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퇴사를 결심하고 내가 원하는 건축에 대해서 고민했고, 건축서적들을 참고하여 국내와 해외를 여행하며 답사를 다니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자 디자인 관련 대외활동에 참여하고 공모전에도 작품을 출품했다. 그중 하나인 2016년 서울시민 발명 아이디어 공모전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옷걸이’라는 아이디어를 출품하여 592명의 참가자 중 3등으로 수상하게 되었다. 이후 실제 제품으로 제작하여 판매까지 이루어지게 되면서 2017년 1월에 콜라보스페이스를 설립했다. 제품을 개선하여 ‘허들 옷걸이 시리즈’라는 제품을 국내외에서 론칭했으며, 작년에는 ‘페이스실드 블록’을 개발했다.

 

건축답사하며 찍은 사진
크라우드 펀딩

콜라보스페이스의 부메랑 옷걸이 제작 과정이 공모전을 통해 제출한 아이디어로 시작했다는 점이 건축학도답다고 느껴진다. 개발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는가.

건축설계를 하면서 각 공간에 들어갈 가구, 소품 등에 대한 기획을 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 흥미가 있었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면 전문가의 평가를 받고자 다양한 카테고리의 공모전에 참여하여 건축, 가구, 제품, 소품, 광고 등 디자인 분야 전반에서 수상경력을 가지게 됐다. 이 활동은 건축 이외의 다른 분야까지 시각을 넓히며 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제품을 기획할 때 제품성, 구현가능성, 상품성,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옷걸이의 핵심은 ‘옷을 잘 거치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 간편하게 옷 정리를 할 수 있는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위 두 가지를 핵심 가치로 설정하여 설계했고, 현재의 허들옷걸이 시리즈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블록 페이스실드도 개발했다고 들었다.

2020년 3월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을 때였다. 감염자의 비말이 다른 사람의 호흡기로 전달되거나, 씻지 않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는 경우가 감염의 주원인으로 보도 되었으며, 갑자기 늘어난 마스크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매우 부족하여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우리는 ‘허들옷걸이’ 프로젝트를 막 끝마친 상태였고, 차기 아이템을 기획하던 중에 팀원 중 한 명이 직접적인 비말을 차단할 수 있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서 감염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플라스틱 마스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어 ‘블록 페이스실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기존 제품인 평면 필름을 안경테에 붙인 페이스실드를 시각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유기적이며 일체화된 형태를 만드는 것으로 제품의 방향성을 정하여 4개월 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지금과 같은 디자인이 완성되었다.
이후에는 Kickstarter라는 글로벌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제품을 공개하여 100만 달러 이상을 펀딩받았다. 확진자가 많고 마스크를 기피하는 문화가 있는 미국에서의 수요가 가장 많았으며, 현재도 유럽을 비롯하여 캐나다, 일본, 필리핀, 멕시코, 인도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허들옷걸이
허들바지걸이

 

전공과 다른 일을 선택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는가.

건축설계사무소를 퇴사한 이후에는 항상 변화를 원했다. 마침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제품 디자인은 새로운 일이기는 했지만, 문제를 정의하는 것과 해결방안을 찾는 것, 제품을 제작하는 것, 제품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과 같은 일련의 과정들이 건축 설계에서의 과정들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건축을 전공한 것이 현재 일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와 예시가 있다면 함께 듣고 싶다.

내가 디자인한 기획안에 대해 크리틱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왜?’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 했었던 때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막연하게 답했던 나는 교수님의 질문에 더 이상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후, 표현하려 하는 모든 것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만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5년간 공부했던 건축설계는 ‘주어진 문제’ 또는 ‘스스로 규정한 문제’의 답을 찾아나가야 하는 과정이었으며 ‘왜?’라는 질문에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답을 도출하는 일이었다.
제품 디자인도 이와 같다. 문제점, 불편한 점들을 스스로 규정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형태를 디자인할 때는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끝내 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질문을 유발하는 제품의 요소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점점 더 본질에 가까운 형태를 찾아나간다.
그렇게 함으로써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디자인이 완성된다. 콜라보스페이스에서는 디자인 파트 이외에도 마케팅, 유통, 물류, 무역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하는데, 항상 ‘왜?’라는 물음을 가짐으로써, 어떤 일을 하는 것의 당위성을 찾고 불합리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제거하며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제품 제작과정

콜라보스페이스의 장단기 목표는 무엇인가.

콜라보스페이스의 현재 목표는 국내외에서 영향력이 있는 제품 디자인회사로 성장하는 것이다. 디자인, 기술력, 상업성 3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생활용품을 지속적으로 개발 및 출시할 예정이며, 시대가 필요로 하는 디자인이 있다면 ‘블록 페이스실드’와 같이 팝업 아이템 형식으로도 제품을 개발하여 선보이고 싶다.
이후에, 다음 기회가 주어진다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기반으로 한 ‘공간’에 관련한 일을 하고 싶다. 소품, 제품, 가구, 자재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인 공간은 사람이 기획하고 만들지만, 만들어진 특정한 환경은 다시 우리의 사고 및 생활양식, 행동패턴에 영향을 준다.
쉬는 기간동안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쉽게 경험할 수 없었던 감동을 주는 공간을 경험했었다. 그 공간에서 나는 위로받는 기분을 느끼며 몇 시간이고 머물러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오래도록 가치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많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건축인들에게 한 마디 전해달라.

건축을 전공하면서 깊이 사고하는 법을 배웠던 것은 나에게 있어서 인생의 변곡점이다. 실무를 경험하면서부터는 그러한 배움을 적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선택했지만 이 일도 내가 배워왔던 과정의 연장선상일 것이다. 건축학과를 전공하는 모든 학생은 ‘문제를 규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운다. 사실 이것은 모든 기업활동, 넓게는 모든 생산활동의 시작과 같다. 깊이 고민하고 탐구하는 자세를 갖춘다면 건축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분야에서도 건축을 전공한 여러분들을 위한 많은 길이 열려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인스타그램 : www.instagram.com/collabospace_architecture
콜라보스페이스 홈페이지 : www.collabospace.kr
블록 페이스실드 홈페이지 : www.blocc.kr

인터뷰 진행: 고현경 기자 / 자료제공: 콜라보스페이스

::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21년 6월호(481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