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잡다] 게임 속 세상을 구축하는 첫걸음을 내딛다_권준영

오로지게임즈 공동개발자_권준영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현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 재학 중이며, 4학년 때부터는 미술대학 디자인과도 복수전공 중이다. 최근에 벤처 경영 연합전공에도 관심이 가는데 영영 졸업을 하지 못할 것 같다. 게임 개발은 작년부터 시작했고, 오로지게임즈라는 2인 팀을 꾸려 활동 중이다.

 

처음 건축학과를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건축을 배우면서 느낀 점, 학교를 다니고 있는 나는 어떤 건축학도라고 생각하는가.

중학교 때부터 건축학과에 가고 싶었다. 세계 최고의 건축가가 되겠다는 꿈도 있었다. 그러나 건축은 꿈꾸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설계를 하다 보면 문이 열리는 방향, 핸드레일의 모양 같은 소소한 부분은 대충 넘어가거나, 설계한 것들이 아무리 시간과 공을 들여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 괴롭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소위 막 나가는 건축학도였을지도 모른다. 필수 과목인 수학, 과학과 같은 수업은 F만 겨우 면하며 다른 곳에 시간을 썼다. 설계에도 시간을 많이 썼지만, 타 전공의 수업들도 관심이 가는 대로 들었다. 미대 수업도 많이 들었고, 작곡과의 전공수업인 화성법 수업을 듣기도 했다. 고고학개론이나 스와힐리어 같은 독특한 수업들도 기억에 남는다.

 

본격적으로 오로지게임즈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 어떤 계기로 게임을 만들 생각을 하게 됐나.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한동안은 만화를 그려보고자 미술 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게임을 만들게 된 것은 사실 우연이다. 어느날 친한 고등학교 동기에게 작업해 놨던 건축 렌더링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보더니 같이 게임을 만들자고 집요하게 제안해왔고 코로나가 터져 입대를 미루게 된 참에 바로 시작하게 됐다. 그때만 해도 게임 개발에 본격적으로 시간을 쏟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게임 개발은 나와 정말 잘 맞았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헤비 게이머이기도 했고, 개발이라는 일이 하고 싶었던 작업들로 응축된 것 같다고 느꼈다. 만화가나 극 작가처럼 스토리를 짜고, 게임에서 나오는 노래를 작편곡할 수 있고, 건축가나 무대감독이 하는 일처럼 만든 게임 안의 세상을 자유롭게 구축해갈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이 분야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게임 개발은 내가 가진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퐁퐁두두 메인 이미지
게임화면

 

 

직접 개발한 퐁퐁두두는 포근하고 귀여운 힐링게임이다. 힐링 목적으로 제작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가. 제작 과정과 펀딩에 대한 이야기들도 들어보고 싶다.

퐁퐁두두는 귀여운 생물체들을 키우는 힐링 모바일 게임이다. 퐁퐁이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다. 하루에 10분 정도 퐁퐁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게임의 전부다. 요즘 게임들은 유저들에게 노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게임을 하다 지친 사람들에게 힐링하는 시간을 선사하고 싶었다. 일단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첫 게임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자본을 들이지 않고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게이머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벼운 게임으로 인식되도록 만들었다. 유저들의 아바타와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SNS로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게임 속 그림은 개발자 두 명이서 전부 직접 그렸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와중에 욕심을 내다보니 힘든 과정도 있었다. 게임 속 음악들도 직접 만들었다. 개발자가 작곡 전공을 준비하던 경험이 있고, 나도 화성법까지 공부할 정도로 음악에 관심이 많다 보니 수록곡 만큼은 직접 쓰고 싶었다. 개시하기까지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마감 직전에는 휴일도 없이 일하곤 했다.
스토어에 앱이 올라가던 순간에는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모든 것을 우리가 직접 만들었다는 점이 뿌듯했다. 건축학과를 다니며 과할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할 뿐, 그저 시간을 허비한 건 아닐까 싶었던 걱정들이 모두 보답받는 기분이었다. 퐁퐁두두는 출시 후, 앱 스토어 4위, 20만 유저 돌파 등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정서적으로 우울하거나 힘들게 공부하고 있는 고3 학생들이 퐁퐁두두를 통해 치유받았다는 후기에는 정말 기뻤다.

 

대표 캐릭터들

 

오로지게임즈에서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게임의 소식은 없는가. 퐁퐁두두 개발 방향도 궁금하다.

사실 곧 입대를 앞두고 있기에, 기대하시는 새로운 소식이 한동안은 없을 것 같다. 오로지게임즈는 아직 사업자가 아니고, 팀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군대를 다녀온 후, 창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예정이다. 그 후, 퐁퐁두두의 구조적인 문제와 아쉬운 점들을 보완하여 리메이크 버전을 준비할 계획이다. 추가 인원을 영입하여 제대로 창업한 후, 더 완성도 있는 유저들의 피드백들을 반영한 좋은 게임으로 찾아갈 계획이다. 이 외에도 오로지게임즈가 구상하고 있는 게임 콘셉트들을 구체화하여 적절한 타임라인과 시나리오로 찾아갈 수 있길 바란다. 아직까지는 두 명이서 하는 작업이라 작은 게임부터 차차 만들어 갈 것이다.

 

전공과 다른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는가.

두려움은 없었다. 원래 하고 싶은 것이 많았고, 평생 하나의 일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공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수단이고, 하고 싶은 일이 생겼기 때문에 다른 일을 했을 뿐이다. 나중에 건축이 하고 싶어진다면 기꺼이 건축을 다시 할 의향도 있다. 내게는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 있는데, 바로 세계에서 알아줄 정도로 잘나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실 정말 잘 해내야 한다. 겨우 고등학생 때 정해버린 전공으로는 내가 어떤 분야에서 빛을 발하는지 알 수 없다. 딱 맞는 전공을 찾은 것은 정말 운이 좋은 것이다. 물론 건축이 맞는 길인지 확인하는 데에만 4년을 쓰기도 했다. 건축에서 공간을 다루는 언어와 사고는 생소했기에 배워본 후에 나에게 맞는 공부인지 판단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인생은 길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전공으로부터 도피한 것이 아닌, 현실적으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도전이 행복하고 설렌다. 나는 늘 가장 잘 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을 것이다.

 

건축을 전공한 것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건축학과를 나오면 할 줄 아는 것이 정말 많아지고, 그만큼 진로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스케치를 하고, 사진을 찍고, 패널과 모형을 만들고, 영상을 편집하고, 모델링과 렌더링을 할 줄 알게 된다. 미디어/예술 업종 어디에든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게임 개발 당시에도 편한 부분이 많았다. 설계를 하며 사고하는 과정 또한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기에, 건축을 공부하는 데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다른 학우들도 다양한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진로에 대해 서로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한 전공 안에서, 각자가 걸어갈 길은 다르지만 서로 자극받고 어떤 용기도 얻게 된다. 건축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했기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이렇게 자유롭게 더 도전해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굿즈 이미지

 

자신의 장단기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 시작한 사업을 성공하고 싶다. 게임업을 시작했으니 할 수 있는 한 키우고 싶다. 5~6작품 정도를 개발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 회사도 차리고 싶다. 틈틈이 만화도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드라마나 뮤지컬을 써보고 싶기도 하다. 만약 부자가 된다면 건축계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 큰 꿈이지만 가끔은 한국의 구엘이 되어 가우디 같은 사람을 발굴하는 상상도 해본다.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건축인들에게 한 마디 전해달라.

“준비된 사람은 두려울 게 없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현실적으로 내가 이 일을 하면 즐거울 것 같고, 잘할 것이라 확신이 있다면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주저하고 있다면 가볍게 시작해볼 수도 있다. 이후 확신을 가지고 더 준비된 상태로 뛰어들면 된다. 듣고 싶은 수업을 듣다 보니 졸업이 늦어져 처음엔 조금 조바심이 났는데, 최근엔 다른 사람들이 오히려 부러워하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시간은 의미 없지 않다.
반대로 건축만 한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도 없다. 모든 학과가 그렇겠지만 전공과 다른 직업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그 중에서도 전공대로 설계만을 꿋꿋이 하는 사람들도 있다. 건축은 정말 복합적이고 철학적이며 괴로운 학문이다. 어떻게 보면 나도 중도에 더 재밌는 일을 찾아 떠난 낙오자이다. 건축학은 실제로 아주 멋진 학문이자, 직업이자, 업무이니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굳게 밀고 나아가길 바란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자. 그 해답으로 후회하지 않을 결심이 섰다면, 뭘 해도 좋을 것이라고 전해주고 싶다.

 

<오로지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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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고현경 기자 / 자료제공: 오로지게임즈

::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21년 8월호(483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