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10월 18, 2018

과거와 현재, 그리고 김중업: <김중업 다이얼로그전>


Past, Present and Kim Chung-up: <Kim Chung-up Dialogue>

한국에 모더니즘 건축을 선보인 1세대 건축가,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사사를 받은 한국인 건축가.
이 모든 수식어의 주인공은 바로 건축가 김중업이다. 1922년 평양에서 태어난 김중업은 부산대학교 본관, 주한프랑스대사관 등 내로라하는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그의 사후 30주기를 맞아 특별한 전시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아카이브와 김중업건축박물관의 소장품, 그리고 이번 전시를 위해 촬영한 사진과 영상 작업물 등이 소개된다. 지난 8월 28일에는 전시에 앞서 기자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김형미, 정다영 학예연구사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에 소개된 그의 작품과 삶을 심도 있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건축가 김중업의 작품과 함께 그의 삶과 철학까지 이해할 수 있는 전시이기도 하다.

전시는 총 5개의 부분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프롤로그: 김중업 매트릭스>로 문을 연다. 일반적인 전시 구성과 다르게 연대기를 거슬러 올라가며 그의 후기 작업부터 전기 작업에 이르는 과정을 소개한다. 이 공간에서는 당시의 흑백 건물 사진과 최근에 촬영한 컬러 건물 사진을 함께 전시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또, 전시장 한 쪽 벽면을 거울로 구성해 마치 그의 작품이 끝나지 않은 듯한 시각적 효과를 구현한다. 이어지는 <1부. 세계성과 지역성> 섹션에서는 그의‘ 한국적 모더니즘’을 엿볼 수 있다. 일본과 프랑스를 오가며 익힌 현대건축을 어떠한 건축 언어로 표현했는지, 한국적 모더니즘의 요소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섹션이다. 특히 이번 전시 포스터의 메인 사진인 건축대학교 도서관과 부산대학교 본관, 서강대학교 본관에서 그의
건축 언어를 엿볼 수 있는데 면을 분할한 입면 디자인과 내부로 들어오는 빛, 강한 조형성 등에서 그의 건축 언어를 찾아볼 수 있다. 정다영 학예연구사는 김중업 작품을 볼때는 먼저 건물 전체를 보고 이후에는 벽과 창문, 지붕 등 특정 부분을 살펴보며 요소마다 반복되는 재미를 느껴 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2부. 예술적 사유와 실천> 섹션에서는 예술가로서의 그의 삶을 조망한다. 귀국 후 건축가 최초의 개인전인 <김중업 건축 작품전>을 개최한 그는 타 분야의 예술가들과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작품활동을 이어 가기도 했다. 특히, 해방 이후에 거주했던 부산에서의 활동은 지역 예술가와의 협업이 돋보인다. 조각, 스테인글라스 등의 예술적 요소를 건축과 접목시켜 더욱 다채로운 건축 작품을 보여주던 시기이기도 한다. 2부 섹션에서는 건축영화인‘ 건축가 김중업’도 관람할 수 있다. <3부. 도시와 욕망> 섹션에서는 김중업의 건축을 도시적 맥락에서 살펴본다. 그의 후기 작품에서는 건축물 자체보다는 도시 속에서 조각의 역할을 하고 있는, 조형적인 건축물이 등장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삼일빌딩이나 도큐호텔, 중소기업은행 본점 등은 지금까지 도심 속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섹션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변화하는 사회 구조를 담은 건축물이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 사회는 많은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런 변화에 맞춰 그는 산부인과나 쇼핑센터 등을 설계하기도 한다. 또, 새로운 유형의 시설과 독특한 개인 주택 등의 작업으로 도심 속에서의 건축가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는‘ 시대는 많이 변했어요. 좀 더 적극적으로 사인을 보내야 되겠고 좀 더 소란해져야 되겠고, 비유해서 말한다면 시를 써 오던 건축가들이 산문을 쓰기 시작했다 이거지요.’라는 말을 하며 시대에 맞춰 함께 변화하는 건축가의 삶을 살아가기도 했다.

전시의 마지막 섹션인 <4부. 기억과 재생>에서는 요즘 뜨거운 감자로 거론 중인 건축적 재생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그가 설계한 기념비적인 건축물과 사라진 그의 건축물, 그리고 새로운 건축물로 탈바꿈한 작품 등을 살펴보며 시대에 맞춰 역할이 달라지는 건축물의 생애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섹션에서는 김중업이 가장 아끼던 작품이었던 제주대학교 본관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이 건물은
건축계에서 21세기 건축이라는 평을 받는 우수한 작품이기도 했다. 생전에 김중업이 가장 큰 애정을 갖고 있었다는 이 건물을 결국 철거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모형과 도면을 통해 작품을 간접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모든 전시를 돌아보고 나오면 서강대학교 본관을 모티브로 한 거대한 벽을 마주하게 된다. 이 공간은 김중업의 작품이 담긴 오래된 도서와 인쇄물을 살펴볼 수 있는데, 전시로 지친 관람객이 잠시 쉬어가거나 전시 내용을 한 번 정리해 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김중업 다이얼로그전>은 기존의 다른 전시보다 관람시간을 길게 잡아야할 정도로 방대한 양의 자료가 전시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담겨있을 당시의 모형부터 손으로 직접 그린 도면, 그리고 쉽게 볼 수 없는 인터뷰 자료까지 그야말로 건축가 김중업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과거와 현재의 건축물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무척이나 크다. 전시를 준비한 학예사는 김중업을‘ 이미지의 힘을 아는 건축가’라고 소개하며, 이번 전시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건축가 김중업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 것을 보니 정말 가을이 코 앞이다. 미술관 셔틀버스를 타고 성큼 다가오는 가을을 느끼며 이번 전시를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건축물을 어떻게 누리는지, 건축물의 생애와 사회적 역할은 어떠한 지 한 눈에 살펴볼 수 있길 바란다.

취재: 박소정 기자 /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 위 기사는 월간건축문화 10월 호(V. 449)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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