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9월 20, 2020

시간의 선, 달의 눈으로 풀어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0년 특별전

Ousss Sister
구정아, , 2010, 2 채널 비디오, 5분 9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KOO Jeonga, Ousss Sister, 2010, 2 channel video, 5min. 9sec., MMCA collection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제목을 보고 있으니 작년 국립무용단과 장영규 영화음악감독이 강강술래를 재해석하여 이슈가 되었던 <완월>이 떠오르기도 한다. 달 이미지의 공통점은 ‘시간’이다. 달이 차고 비워지며 떠올랐다 지는 반복 속에서 생성되는 시간의 연속, 그리고 영롱한 회색빛이 주는 키워드는 ‘반사’이다. 발광이 아닌 반사광으로 우리 눈에 와 닿는 달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 보는가. 그리고 그 빛이 우리 눈에 닿기까지 그 거리와 빛의 시간은 ‘고요’ 라는 우주의 소리를 안겨준다.
이 글은 광대한 전시작품의 비중을 다루기에는 과한 지면의 한계로 리뷰보다는 ‘현장스케치’가 되겠다. 1층과 2층에 전시된 작품들을 건너뛰어 3층 통로에 전시된 30개 팀의 건축작품 소개로 전시풍경을 그리고자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0년 특별전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에서는 과거와 미래의 30년과 소장품들 그리고 그에 대한 해석과 관계의 확장에 초점을 맞춘 듯 보인다.
미술관은 전시’작품’들이 주기적으로 차고 기울기를 반복하는 달에 비유하여 생성과정부터 재탄생까지의 전 과정을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300여명 작가의 560점 되는 소장품 및 소장자료, 신작 등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광범위한 스케일의 전시에 관람객은 달 탐사를 온 듯 각 전시관에서 새로운 중력과 반사광을 경험하며 현재의 미술관을 체험하게 된다.

leesanghyun
이상현, <잊혀진 작가의 여행>(1988), <문워커>(1994), 복합 매체, 설치전경.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30년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지난 30년의 시간을 ‘해석’과 ‘순환’, ‘발견’, ‘기억의 공존’으로, 미래의 30년은 ‘상상의 항해’라는 체계로 분류한다. 다소 이 키워드들이 어떤 기준으로 분류되었는지는 전시관을 들어서기까지 생소하다.
그러나 1층 <해석-확장> 전시실에서 처음 마주치게 되는 김도균작가의 ‘b,cur.rmnc-01’은 검은 바탕에 각기 다른 색깔의 점점이 부유하고 있는 이미지로우주를 떠오르게 해 그 체계가 기원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이어서 구정아 작가의 ‘Ousss Sister’ 작품은 천장으로부터 매달린 두 개의 거대 큐브가 마주보는 사이로 흑백의 달을 영사함으로써 그 환경에서 바라보는 관객 또한 설치 작품 사이를 부유하며 작품 속으로 들어와 시간의 흐름을 따르게 된다.
<해석>(1층)의 1부 ‘확장’에서는 현대미술의 쟁점이 되어온 ‘미술관’, ‘메타조형’, ‘인류학’, ‘수행성’, ‘현대사’를 주제로 설정하여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 연구와 분석, 신작 제작과 퍼포먼스가 이뤄진다. 2부 ‘관계’에서는 미술관의 소장품 37점으로 구성되어 있어 대표소장품이라는 ‘뻔함’으로부터 출발한 전시는 낯익은 작품들과 이면의 문제, 가치 등의 ‘비교’라는 방법과 질문을 관람객에게 유도한다. 16쌍의 작품이 일대일로 전시된 구성으로부터 관객의 적극적인 해석 과정과 창의적인 감상체험이 이뤄진다.
<순환>(2층)의 1부 ‘이면’에서는 작품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밑그림과 자료를 포함, 2부 ‘이후’에서는 미술 작품이 완성된 이후 새롭게 탄생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미술의 개념을 다룬다.
<발견>(3층)은 미술관 소장품 데이터베이스를 탐색하여 소장된 이후 오래 전시되지 않은 작품을 전시, 소장품 관리를 위한 분류 체계에 근거한 기호와 숫자들을 통해 각 작품이 하나의 체계 안에 편입되고 분류 및 해석되는 것을 현대미술에 있어 매체와 분류라는 관점으로 생각해 보게 한다.
<기억의 공존>(2층 원형전시실)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신축 이전 배경과 건축 과정부터 30년 간의 주요 사건과 활동에 대한 아카이브 프로젝트로 문서, 시청각자료, 출판물 등을 전시한다.
각기 다른 출생시기를 지닌 작품들은 동시대의 관람객들의 관점뿐만 아니라 시대가 시대를 바라보고 작품과 작품끼리 서로 반사되어 새롭게 해석되는 관계망을 살펴볼 수 있는 풍경이 만들어진다.
3층 통로에는 공간 변형 프로젝트 <상상의 항해>가 건축가 30팀이 그려낸 미술관 미래의 30년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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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항해> 설치전경, ⓒEunhye, Yang


30 x 30
1층 전시실로부터 미술관 과거를 탐사하며 올라오다 보면 3층 공간이 전환되는 통로를 마주하게 된다. 15m길이의 통로에 주름진 구조체가 삽입되여 확보된 30m의 굴곡진 통로에는 30팀 건축가들이 상상한 미래의 미술관, 미술관의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가 압축되어 전시되어 있다. 좁고 짧은 공간은 전후로 “백남준의 <다다익선>과 이불의 <취약할 의향>을 연결하는 장소가 되며,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잇는 상징 축에서 <상상의 항해>는 증폭된 시간의 경험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공간”이 된다는 데에서 가볍지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통로 앞에는 게시판에 60장의 쪽지가 나열되어 있는데 미래 미술관에 관한 각 건축가들의 키워드와 아이디어 스케치가 앞뒤로 인쇄되어 있어 관람객은 원하는 만큼 가져갈 수 있다.
각 쪽지에 기입된 내용으로는, 오브라 아키텍츠의 ‘언캐니(uncanny)’, ‘드러내지 않는’, 운생동의 ‘길과 프레임’, 무한 매트릭스’, 스티븐 홀 아키텍츠의 ‘가벼운’, 물 위에 떠있는’, 와이즈건축의 ‘미술관 속의 자연’, 자연 속의 미술관’, 유경건축의 ‘유형학’, 집합’, 스튜디오 페이-주의 ‘자연이 주는 영감’, ‘무용지용’, 가아건축의 ‘깨우기’, ‘숨겨진’, 조병수건축연구소의 ‘복원’, ‘흐름’, SO-IL의 ‘서사’, ‘소장품’, 황두진건축사사무소의 ‘탈배관∙탈배선’,’원형유지’, 모토엘라스티코의 ‘생체예술’, 주지움’, 푸하하하프렌즈의 ‘사망선고’, 피라미드’, 플레이스튜디오의 ‘벽’, ‘불확실성’, 조호건축의 ‘미로’, ‘무제한적 성장’, 사무소 효자동의 ‘랑(廊)’, ‘원(園)’, 분섬 프렘타다(방콕 프로젝트 스튜디오)의 ‘시적인’, ‘어두움’, 박천강 건축사무소의 ‘정박한 야생숲’, ‘원형램프코어’, 건축사사무소 엠피아트의 ‘신전’, ‘축’, 플라스틱 판타스틱의 ‘즐거운 미술관’, ‘임시 건축’, 아티클 아키텍처 오피스의 ‘파편’, ‘마주침’, 더시스템랩의 ‘박제’, ‘나노블록’, 네임리스 건축의 ‘유동적인 그리드’, ‘문화적 기반시설’, MVRDV의 ‘새로운 입구와 로비’, ‘지붕 전시’, 스튜디오 디디에르 파우스티노의 ‘우주 생성론’, ‘성운’, 아르키움의 ‘열어서 틈’, ‘탈피’, 서아키텍스의 ‘비정형의’, ‘경계 없는’, 바우건축의 ‘외부화된 내부’, ‘증폭된 경험’, 설계회사의 ‘잔존자’, ‘기하학’, SOA의 ‘완충지대’, CCA의 ‘기계적 시스템’이 있다.
‘상상의 항해’를 지나 시선을 돌리면 30년 만에 개방된 미술관의 옥상 문밖으로 청계산자락이 보인다. 1층부터 복선된 시간들을 지닌 작품의 관계망들을 거슬러 올라오도록 하여 막힌 상부공간을 외부로 개방시킨 전시동선은 현재진행형의 시간을 관객에게 또 다른 프레임으로 상기시켜주는 듯 느껴진다. 옥상으로 나가 주변을 둘러보면 겹겹의 산과 그 사이로 보이는 서울대공원 놀이기구들의 형체들은 작품보다도 비현실적으로 보이는데, 그 광경 뒤로 걸어오던 아주머니들의 대화로부터 필자는 현재에 착지할 수 있었다. 정면에 보이는 잣나무 꼭대기에 잣이 많이 열렸다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나오며
1969년 경복궁(조선시대 궁)에서 개관하여 1973년 덕수궁(일제시대 조선왕의 궁) 석조전 동관으로 이전, 1986년 현재 과천으로 신축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총 47년, 그 안에 과천에서 30년의 시간을 지니고있다. 미술관을 뒤로 한 채 걸어 나오는 길은 고요했다.

양은혜 기자 culture@masilw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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