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10월 18, 2018

“PIN-UP: 2018” 그리고. #1

월간 건축문화는 지난 4월, (사)한국건축설계학회와의 MOU를 체결했다. 본지는 이번 MOU를 통해 국내 건축의 활발한 교류와 기획을 도모하고 타 매체보다 앞서 한국건축설계학회의 다양한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하려 한다. 또, 가까이서 그들의 건축적 동향과 활동을 응원하고자 한다. 이번 기사는 그 첫 번째 결과물로, 건축가 김찬중의 전시와 이후 작게 진행된 대담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한다. 건축가 김찬중은 The_Syst em Lab(㈜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의 대표로, 실험적인 재료를 통해 독특한 건축물을 설계하는 건축가이다. 대표작으로는 경기도지사 관사, 하나은행 리노베이션 등이 있으며 얼마 전 문을 연 울릉도 코스모스 리조트 또한 그의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5월 25일부터 6월 22일까지 서울의 ADIK 갤러리에서 진행되었다. 전시의 주제는 <PIN-UP: 2018>로, PIN-UP 과정을 통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보여주는 더시스템랩의 작업 방식 대해 보여주고자 했다. 먼저, 전시에 대한 김찬중 대표의 서문을 함께 소개한다.

취재 : 박소정 기자 / 자료제공: 더시스템랩, 김용관 작가

서문 / foreword_김찬중(더시스템랩 대표)

PIN-UP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정기적인 크리틱을 위해 본인이 작업한 것을 벽에다 핀 또는 테이프 등을 사용하여 붙이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이나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무척 익숙한 이 단어는, 사실 유학시절 나를 매우 괴롭혔던 과정이기도 하였다.
실무를 하다 처음으로 미국땅을 밟은 나는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일주일마다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던 크리틱에서 방을 다 채울만한 양의 시각적인 자료를 PIN-UP하기 시작한다. 방대한 시각적인 자료의 도움으로 매번 나의 작업들은 무사히(?) 리뷰를 마치게 되고 나로 하여금 건축을 대하는 태도의 중심이 최소한의 말과 많은 시각적 교감에 바탕하여야 한다고 믿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방식은 THE_SYSTEM LAB의 작업 방식의 근간을 이룬다.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의 담당 건축가들은 진행되는 사항을 각자에게 할당된 파티션에 PIN-UP하게 된다. 서로가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PIN-UP은, 건조한 업무환경에서 적절한 관심과 환기를 가능하게 하며, 심지어 매우 캐주얼한 방식의 즉석 크리틱도 이끌어 냄으로써 프로젝트 진행을 도와주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정착하였다.
물론 지금은 많은 부분에서 디지털 매체가 이러한 PIN-UP을 상당부분 대체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나, 아직까지도 이 방식은 우리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좀 더 간결하며 명확한 결론에 이르게 하는 힘이 있다.
이번 THE_SYSTEM LAB의 전시는 이러한 작업의 프로세스를 사무실 환경과 같이 날것으로 옮겨 놓음으로써, 현장감과 함께 그동안 정제된 자료만을 내보내야 하는 지면 매체의 한계를 극복해서 더욱 가까이서 우리의 프로젝트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전시장 전경 ⓒ 김용관

그의 설명처럼 PIN-UP은 건축을 공부한 사람에게는 무척 익숙한 단어이다. PIN-UP은 작업물을 벽에 붙여 놓고 작업 과정과 발전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전시하는 것인데, 이 자료를 가지고 해결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생각하기도 하고 혹자는 서로의 작품을 평가하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은 건축적 시야를 넓히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김찬중 대표가 말하듯, 이 방법은 그의 사무실인 더시스템랩의 대표적인 작업 방식이기도 하다. 각자의 생각을 담은 이면지를 벽에 붙이고 서로의 일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토론을 벌인다. 그는 이 작업 방법이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그의 작품과도 매우 비슷하다고 했다. 업무를 더욱 능동적으로 할 수 있고 개인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더시스템랩의 PIN-UP을 재현했다. 한 작품이 나오기 까지의 과정을 담은 패널을 전시해 그들의 건축적 고민과 흔적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김찬중 대표와 가까운 송하엽 교수(중앙대학교 건축학부)는 이번 전시와 김찬중 대표에 대한 글을 통해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한 생각을
전달했다. 그의 글을 함께 소개한다.

교정되는 욕망 / recorrected desi re_송하엽(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김찬중의 창작의 본능은 그가 세상에 주고 싶은 감성과, 공간과 표면에 대한 욕망, 그리고 창작의 도구와 노하우, 프로세스에 의해 오브제같이 독특한 건물로서 구현이 된다. 여기서 그 어디 하나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은 점이 없기에 프로젝트별로 각기 다른 주목할 만한 포인트가 제시된다. 그동안의 창작방식은 컴퓨터 디자인 소프트웨어의 발전과 더불어 성장하였으나, 이번 전시는 수 많은 변용과 조정이 일어나는 작업과정을 핀업의 형식으로 보여준다. 그의 작품에 대한 반응은 아주 사소하게 뭐를 닮았다는 것부터 시작하여 건축전문인들에게는 풀기 어려웠던 숙제를 풀어낸 것에 대한 느낌과 왜 이런 숙제를 스스로 만들어서 푸는지 하는 궁금함도 동시에 자아낸다.
그의 작품들이 숙제로 풀고 있는 정교함에 대한 감각은 도시 안에서 도시와는 다른 것을 만드는 것에 기인한다. 현대생활이 더욱 현대화 될수록 인간이 건조환경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고도화되기보다는, 현대화의 중심에 있으면서 애써 그것을 외면하는 듯한 순수함에 매료된다. 즉, 현대화된 것과 날것이 동시에 공존하는 건조환경의 상황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소비자적 감성이 길러진 것이다. 그동안에 인식되었던 도시화의 반대는 저 멀리 교외에 있는 길들여지지 않은 날것이었지만, 도시화가 낳은 날것은 순진무구한 아이들이거나 애완동물 또는 작은 도시정원일 것이다. 김찬중의 작품도 그리 다르지 않다.
도시계획가 세르다(Cerda)의 그리드 시스템에 의해 새로 재건된 바르셀로나에 가우디(Gaudi)의 작품이 그리드 시스템 안에서 그의 독특한 개인주택과 집합주택 등등이 만들어졌듯이, 날카로운 날이 서 있는 조직화된 도시에서의 설렘은 다름 아닌 도시화가 낳은 날것일 수가 있다.
시스템이 낳은 시스템이 되기 이전의 관계를 맺고 싶은 대상들, 즉 고도화된 욕망이라 할 수 있지만, 엄밀하게 보면 어루어 만져지는 듯 한 순간의 미소와 같은 것이다. 10대 시절이 욕망이 시작되는
나이라면 김찬중이 겪은 1980년대는 오일쇼크 이후 자재값이 크게 오르면서 물가가 오르는 자본화가 진행되면서 강남의 집값도 크게 오르며 교복자유화 이후 해외브랜드 상품이 들어오며, 신도시에
사는 뉴키즈로서 자본화에서의 욕망이라는 것을 경험하였다. 88올림픽과 더불어 자동차들이 도시에 즐비해지는 광경과 기존의 강남보다 남쪽이 더 순식간에 도시화가 되는 것을 목격하였다. 80-90년대의 습관화된 욕망은 전통적인 대량생산의 코드인 직각의 모듈을 고수하였지만, 물류와 시간의 코드가 바뀌어져버린 21세기 현재에는 보편화된 코드를 전복할 지성들의 노력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인이 현대의 조직적인 생활에 의해 변화되며, 또한 이곳에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방법을 제시해준 들루즈의 “천의 고원”의 부제는 자본주의와 정신분열증이다. 김찬중의 건축은 들루즈의
자본주의 하에서의 욕망에 대한 해석과 정확히 일치한다. 건축가의 사회적 책임을 느끼며 끊임없이 교정되는 욕망이며 또한 사회시스템에 창의적인 오브제를 통해서 교정을 요구하는 필요한 욕망인
것이다. 그의 건물에는 창의적으로 커스토마이제이션된 시스템과 그것을 따르는 형태적인 순응이 결합되어 있는 형국이지만, 자본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분열의 과정이라 여기면 너무 너그러운 해석일까? 사실 그의 작업이 경계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김찬중의 시스템과 감성이 들어간 부분과 그 중 하나라도 빠진 “김찬중화”된 부분이 공존하는 모습이 창조적인 분열의 과정으로 가는 길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방식인 핀업은 건물이 형태로 읽히기 보다는, 제시된 건축적 창조 시스템의 다각화를 거쳐서 건축가 스스로 즉각적인 감정이입이 되는 프로세스에 대한 재고에서 비롯된 듯하다. 오히려 여러 페이지의 핀업을 통하여 교정되는 욕망과 제도화된 욕망의 차이를 구분될 수 있는 경계를 드러낼 수 있을까? 핀업을 따르다보면 컴퓨터모델링과 모델링을 현장조절하는 스케치를 통해 건물이라는 하나의 필연으로 갈 수 있지만, 과학적 사고와 현장의 변용을 통하여 분열화되는 과정에 대한 노출이 더 선명해 보인다. 한 페이지를 수정한다면 제3의 다른 곳으로 향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핀업은 보는 이에 의하여 자극과 즐거움에 이르게 하는 경계의 폭을 보여 주며, 또한 작가의 창작방식에 대한 스스로의 제어이자 남에게의 초대이자 권유이다. 전시는 감성, 욕망, 창작, 실험의 굴레에 대한 올인을 요구한다.

전시는 5월 25일부터 진행되었다. 전시 오프닝과 함께 김찬중 대표의 세미나도 함께 열렸다. 이 자리에는 건축계 인사를 비롯해 다양한 계층의 건축인이 참여했다. 이 강연은 김찬중 대표가 직접 그의 작품과 작업 방식, 그리고 그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번 전시는 작품의 결과물 자체에 대한 전시라기 보다는 좋은 결과물을 위한 고민의 흔적과 노력을 보여주는 전시였다. 그의 창의성과 끈기, 그리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의 소통과 팀 워크를 느낄 수 있는 전시였다.
전시 기간 중, 조촐한 대담의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번 대담은 한국설계학회에서 준비한 작은 대담으로, 소규모의 인원이 모여 전시에 대한 간단한 리뷰를 하는 자리였다. 대담에는 한국건축설계학회 회장 이명식 교수(동국대학교 건축학과), 송하엽 교수(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김찬중 대표(THE_SYSTEM LAB), 이승택 소장(stpmj), 김명규 편집장(월간 건축문화)이 참여했다. 늦은 오후, 전시가 열린 ADIK 갤러리에 모여 건축가 김찬중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 건축에서의 건축가 김찬중, 더시스템랩의 수장으로서의 김찬중, 그리고 더시스템랩에 대한 이야기까지 폭넓은 주제의 대담이 이어졌다. 이번 대담에는 오래 전 그의 사무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이승택 소장이 함께 참여했다는 것도 신선했다. 건축사사무실을 운영하는 소장으로서의 고민, 실제 실무를 하고 있는 실무진으로서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귀한 자리였다. 다음에는 이번 대담의 내용을 담았다.

대담 / conversation

이명식(이하 이) 먼저 송하엽 교수와 이승택 소장이 김찬중 교수의 전시에 대한 내용이나 언급,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이 자리는 대담을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김찬중 교수에 대해 파헤쳐보려고 한다. (웃음)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나 숨겨진 부분도 있을 것이고 보여주고자 하는 주장도 있을텐데 그 부분이 제대로 읽혀졌는지, 교수와 실무의 입장에서 김찬중 교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김찬중 교수가 피력하고 싶었던 부분이나 아쉬운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길 바란다. 나는 진행자의 역할을 하면서 한국 건축 전시의 새로운 방향성과 이번 전시에 대한 의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송하엽 교수는 전시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고 사회를 진행했었다. 전시에 대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나 이 전시를 통해 찾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이야기 해달라.

송하엽 교수(이하 송) 일단 전시 때 진행했던 강연(렉쳐)을 통해 김찬중 교수의 이야기가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전시에서는 기존 작업에서 최근 진행한 실험적인 작업(마곡, 제주도, 울릉도)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 이것을 보고 사람들이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폴 스미스 빌딩이나 스머프 빌딩에서부터 추구했던 고강도 콘크리트(UHPC) 작업이 최근 이어진 하나은행 리노베이션 정도일 줄 알았는데 마곡 온실프로젝트에서 철을 사용하면서 또한, 제주도의 FRP가 되는 것을 보고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웃음) 토끼굴 프로젝트에서 플라스틱을 가지고 실험하던 것이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당시는 표피적, 표면적인 부분만 변형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다른 형식으로 그의 건축을 표현하고 있다. 스위스 건축에 From Detail to City라는 말이 있다. 디테일부터 도시까지 다룬다는 것이 놀랍다. 마곡 작업 같은 경우를 보면 할 말이 없다. 김찬중 교수의 작업은 계속 좋아지고 끊임없는 자기 부정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재료의 텍토닉을 보면 콘크리트에서 철, FRP까지 다양한 실험이 성공하고 있다.

이승택(이하 택) 나는 2006년에 The _System Lab (이하 시스템랩)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었다. 당시 작업을 보면 재료에 대한 실험을 무척 많이 했다. 토끼굴 프로젝트나 태화빌딩, 래미안 프로젝트가 스킨 요소가 결합되어 집합을 만드는 디자인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연관성을 가지고 발전하는 과정이 이번 전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연희동 갤러리에서 폴 스미스 빌딩, 핸즈 코퍼레이션 사옥, 울릉도 프로젝트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 형태나 디테일이 변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데 일련의 큰 흐름 안에서 그 다음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UHFC로 넘어간 과정에서 다음은 이것이 더 얇아지는 것인지 또 다른 도전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금 일반 건축 실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연희동 갤러리 같은 프로젝트를 해보라고 하면 어려워할 것이다. 많은 과정을 거쳐 울릉도 프로젝트까지 진행했는데 그 다음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궁금하다.

김찬중(이하 찬) 사실 로드맵을 정해 놓고 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마다 고유의 성격이 있다고 규정을 하고 작업을 시작한다. 최적화된 솔루션을 찾는 과정 중의 하나가 재료이다. 예를 들어 지금 양평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과정에서 얇은 지붕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우리의 목적은 얇고 넓은 지붕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야지만 주변 랜드 스케이프와 어울릴 것이다. 그 다음 우리가 해야할 것은 무엇으로 얇은 지붕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했던 스터디를 바탕으로 해답을 찾아야한다. FRP를 이용하면 브레이싱 때문에 중간 부분이 두꺼워질 것이고, UHPC로 방법을 찾으려니 그마저도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탄소강화섬유(카본파이버)를 이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카본파이버와 FRP를 섞어서 사용하려고 한다. 지붕은 무척 얇지만 비용은 합리적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카본파이버라는 재료를 건축에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카본파이버를 건축에 적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푸는 것이 그 다음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발전 방식은 이런 식이다. 우리가 사용할 소재나 방식을 정해놓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익스트림한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우리의 작업 방식이다. 이런 작업 방식은 부산물을 계속 만드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단면의 가공 방식이나 재료의 유격을 줄이는 방법 등을 공부할 수 있다. 이런 것이 계속 쌓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건축가와 담당 직원도 구조에 대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물론 계산에 의한 엔지니어링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구성하고 그 프로세스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는 할 수 있다. 거푸집을 어떻게 구성하고 다뤄야하는지도 안다. 직원들이 너무 고생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울릉도 프로젝트의 경우, 거푸집 설계 자체는 스틸 라이프에서 했지만 그 쪽에서도 어려워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결국 시스템랩의 실장이 현장에 직접 가서 해결했다. 스틸 라이프는 형상에 대한 거푸집을 정확하게 만들 수 있지만 복잡한 부분의 거푸집을 제거하는 방법은 예측할 수 없다. 그런 부분은 우리가 직접 이야기 해야 한다.

그런 부분은 3D 프린터로 만들어 조각조각 내보는 것인지?

거푸집의 홈이나 유격 같은 부분은 3D 프린터로 계산하더라도 현장에서 잘 맞지 않는다. 시행 착오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옆에서 이야기를 해야한다. 다양한 목업을 진행한다.

컴퓨터 설계와 더불어 조정(Adjustment)이 동시에 필요하며 이것이 진정한 실험이다. 시스템랩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 것 같다.

맞다. 처음부터 같이 해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노하우가 많이 쌓였다.

노하우가 많이 있어도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또 다른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또 다른 노하우가 필요할 것 같다.

여기서 한 번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결국 건축가와 직원들은 엔지니어링과 건축 디자인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건축적 해결책을 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는지 인식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건축 디자인을 위한 솔루션과 아이디어는 김찬중 교수와 시스템랩의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김찬중 교수의 솔루션은 물성 중심의 접근인지, 과학적 접근인지 비교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쿠마 켄고가 보여주는 물성적인 접근과 시게루 반이 보여주는 재료의 접근을 비교해 김찬중 교수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시스템랩에서 추구하는 작품의 특성과 방향을 비교해서 이야기해주면 경량화에 대한 부분이 더욱 잘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시스템랩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지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우리가 학생 때 페이퍼 아키텍처(개념 건축)라는 것이 한때 유행이었다. 당시 페이퍼 아키텍처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면 건축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페이퍼 아키텍처라는 것은 그 개념이 너무 급진적이어서 종이로 밖에 표현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엘크로키라는 잡지를 접하게 되었다. 서문과 개념에 대한 설명 없이 오직 사진과 도면으로 확실하게 건축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책이었다. 그 책이 당시 나에게 무척 충격적이었다. 이후 짓지 못하고 말만 앞서는 페이퍼 아키텍처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어린 마음에 말하지 않고 실제로 짓는 것이 진정한 건축이라고 단정했다. 설계를 하다 보면 어느 한 시점에서 하나의 해답을 찾지 못해 포기를 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단열의 문제나 방수의 문제 같은. 비용도 물론 중요한 이슈다. 그런 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짓지 못하게 되면 나도 페이퍼 아키텍처가 된다고 생각했다. 강박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무조건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구축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건축에서 솔루션을 찾지 못해 결국 다른 산업에서 방법론과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그래서 건축에 기반된 소재보다는 산업에서 시작된 소재를 이용하고 있다. 비용에 관련된 이슈, 공기에 관련한 이슈도 마찬가지다. 심미적인 접근을 중심으로 소재를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쿠마 켄고나 시게루 반과 비교하긴 어려운 것 같다. 쿠마 켄고 같은 경우는 무척 스타일리시하다. 그가 사용하는 소재와 재료의 구성은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훨씬 더 심미성에 기반을 둔다는 것이다. 좀 더 신기한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의 여유가 담겨있다. 그래서 완성된 건축물의 퀄리티가 높고 훌륭하다. 직원들과 종종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이 방법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갖고 있거나 혹은 비용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심미성을 중심으로 문제를 풀 여유가 없다. 심미성을 위해 모든 것을 맞춰가며 진행할 순 없다. 그런 부분은 건축가로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건축가로서 프로젝트가 전체적으로 완벽하기를 원하지만 강조해야 하는 부분을 정해 집중과 선택을 한다. 직원들과 이야기할 때 비용을 보통 내가 깎는 편이다. 더 이상 발전시키지 말라거나 이미 비용이 초과 했다거나 등의 이야기. PM은 무척 아쉬워한다. 어느 정도에서 작업을 멈추게 하는 것도 내 역할이다. 결과적으로 공사 비용이 올라가면 위험요소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한 수준에서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우리가 알기 때문에 우리가 줄여야 한다. 일종의 CM의 역할도 하는 것이다.

차별화가 되는 부분이 이런 부분인 것 같다. 쿠마 켄고나 시게루 반이 자신만의 개념 속에서 자기 주장이 있듯 김찬중 교수는 현상적 분석에 의한 실존적 접근을 하는 것 같다. 해결점을 찾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창의성을 만드는 것 같다.

사실 로드맵이라는 것은 앞으로의 지향점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뚜렷한 지향점이 없다. 다음 프로젝트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에게도 명확한 인사이트를 제시할 수가 없다. 주어진 프로젝트에 관한 인사이트는 제시할 순 있어도 정해지지 않은 다음 프로젝트에 대한 인사이트는 제시할 수 없다. 그리고 프로젝트 중에서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 프로젝트도 있다. 그런 경우 굳이 기술을 넣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적정선에서 정리를 한다. 아직 미디어에 소개되지 않은 프로젝트도 많다. 나름대로 꽤 애착을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다. 나중에 그런 프로젝트도 따로 모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 프로젝트 내에서도 김찬중의 실험이 강조된 부분과 어찌보면 상투적으로 반복되는 김찬중화 된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것이 개념이나 예산과 관계가 있는가?

내 경험상 발주처가 디자인을 선택할 때에 생각하는 초과 예산은 최대 20%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드는데 비용이 기존 예산의 120% 정도라고 하면 고민을 한다. 그런데 그 이상이 되면 디자인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래서 대부분 15% 정도로 타협을 하려고 한다. 건설에서 예산이 15% 증가하는 것은 크게 비용이 초과되는 편은 아니다. 보통 20% 정도의 예비비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90%의 비용으로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보다 비용이 초과되더라도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물건을 살 때도 마찬가지이다. 재화로 획득할 수 있는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건축이기 때문에 신중하고 예민할 수 밖에 없다. 그 신중함과 예민함에 같이 반응을 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축가는 자신의 설계의 예산이 얼마일지 쉽게 가늠하지 못한다. 사실 건축 자체는 예산을 책정하기 어렵다. 반면에 일반 산업에서 무언가를 생산하는데 드는 단가와 제작방식은 명확하기 때문에 수량이나 제작기간, 비용 분야 등의 제어가 가능하다. 또, 건축은 벽돌 등의 재료의 파손 가능성을 생각해서 여유를 갖고 재료를 준비한다. 그러나 제조업을 그렇지 않다. 주문할 때 대부분 물량이 정해진다. 이런 부분이 일반 사업과 건축의 차이이다.

차별화에 대한 내용이 꽤 언급되었다. 김찬중 교수는 이번 전시의 주제인 핀업이 보여주는 것은 팀워크라고 했다. 모든 스탭이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건축가는 창의성이라는 미명 하에 Top- Down 작업 방식으로 팀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김찬중 교수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시스템랩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나 작업방식에 대한 이승택 소장의 생각을 듣고 싶다.

다른 건축사사무실에서의 수련 시간이 길지 않아 정확한 비교가 될지는 모르겠다. 예전부터 한국의 건축사사무실은 도제식으로 수련을 했다. 그런데 내가 시스템랩에서 근무했을 때 김찬중 교수는 소장으로서 명령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 혹은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문제에 대해 개방적으로 논의했다. 김찬중 교수에게 소장이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소장보다는 코디네이터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김찬중 교수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 것이 시스템랩의 방향과도 잘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 방법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구의 가르침이 아니라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시스템랩은 사무실의 구조도 다를 것 같다. 또 그들을 훈련하는 방법도 다르리라
생각한다.

어제도 사무실 구조에 대한 논의를 했다. 우리 회사의 경우, 누군가가 집착에 가까운 정도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답이 없을 때가 많다. 하나은행이나 울릉도 프로젝트의 내부 스킨 같은 경우도 한 명의 직원이 한 달 이상의 시간을 계속 고민했다.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패널이 구성되었는데 그것은 그 직원이 엄청난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대신 감성적인 공간을 풀어내는 것은 직원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건 전체적인 업무를 관장하는 건축가가 인사이트를 제시해야 한다. 이런 업무는 도제 시스템으로 밖에 진행할 수 없다. 그런데 감성 자체를 따라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아이디어를 내가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구조와 전략적 접근 방법을 먼저 만들고 난 뒤에 자율적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팀원 모두가 이틀의 한 번 꼴로 진행상황에 대한 논의를 한다. 작업 과정이 담긴 이면지에 표기를 해가면서 토론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 나눠드렸던 이면지 노트가 그런 의미이다. 과정 자체가 토론으로 인해 발전되는 것이다. 직급 체계는 있지만 능동적인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 우리 회사는 내 말을 듣고 일하는 사람보단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 얻을 게 많은 사무실이다. 아무도 일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런 프로세스와 문화를 견디는 사람들은 회사에 오래 남는 것 같다.
나는 기성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제작품을 만들어서 비용을 더 사용하지는 않는다. 나는 건물을 짓기 위해
실험하는 과정에서 손해가 있더라도 더 좋은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

이후 대담은 다음 달 건축문화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대담은 오랜 시간 이어졌다. 각자의 자리에서 그들의 역할과 고민에 대해 수 없이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이번 대담을 통해 실무진의 고민과 역할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느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즐거움이 가득한 얼굴로 건축의 미래와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건축에 대한 그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국건축설계학회는 앞으로도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월간 건축문화를 통해 앞으로 진행될 전시와 행사 소식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위 기사는 월간건축문화 7월 호(v.446)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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