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2월 16, 2018

미래비전과 눈요기 사이

지난 5 월, 서울시에서 진행된 <지하 도시 미래비전> 전시를 기억하는가? 서울시 주요 공모전 당선 실적을 가진 국내·외 건축가 9 팀을 초청해 서울의 대상지 9 개소에 지하와 지상이 입체적으로 연계되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전시로, 이번<슈퍼그라운드_ 서울 인프라 공간의 미래비전>은 앞서 진행된 행사의 ‘시즌 2’ 성격이 짙다.

이번 전시는 고령화, 환경오염, 인프라 노후화 등 글로벌 대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미래 서울이 직면한 도시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안을 구상하고 글로벌 도시 서울이 나아갈 도시·건축 정책적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하는 취지로, 참여 건축가와 스케일은 더욱 방대해져 건축가 18 팀이 참여해 단일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인프라 시설 18 개소(한강철교, 영등포로터리, 차량기지, 유수지 등)에 서울에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소개된 여러 아이디어들은 당장의 실행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다가올 미래와 그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 제시가 목적이다. 전시된 내용들은 시민 의견 수렴 및 소통 과정을 거쳐 공간 개선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라 한다. 획기적으로 바뀔 도시의 풍경과 화려한 그래픽 등 일견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에는 충분하나, 그것이 실제 도시의 모습으로 재현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린다.

청계천에서 시작해 DDP 와 새빛둥둥섬을 넘어 서울로와 영동대로 지하 도시까지,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의 건축은 정치적 헤게모니의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전임자의 대형 토목 사업을 비난하던 현 시장의 노선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 사업의 명암은 논외로 치더라도, 최근에 진행된 서울시의 건축 관련 전시는 보존과 복원, 현대화, 미래 등 달콤한 단어들을 나열하며 그럴듯한 포장으로 유혹해 사업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며 시민들을 계몽하려 한다. 전시 또한 그 속내가 엿보인다. 낙후된 인프라 시설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자 진행한 아이디어 전시는 결국 서울의 풍경을 바꿀 대규모 토목 사업의 일환이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새로운 소재와 다양한 아이디어는 필요하지만, 그 역할이 건축가들만의 숙제는 아닐 것이다. 시와 건축, 시민이 하나의 주체가 되어 서로 협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봄이 어떨까.

지난 2017 년 서울세계건축대회 이후 서울시가 진행하는 대부분의 행사에 반복 등장하는 몇몇 건축가와 단체, 기획의 주체 등은 일관되게 서울의 미래를 부르짖는다. 그들이 생각하는 서울의 미래를 단순히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유명 건축가와 그들의 아이디어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본다. 도시건축박물관이라 불리는, 아직 완공되지도 않은 건물에서 뭐가 그리 급했는지 임시 개관까지 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노들섬-여의나루-세종대로-광화문광장-영동대로 등등등 서울 좀 놔두면 안되나?

 

** 위 기사는 와이드(Wide) Vol. 64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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