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2월 16, 2018

현대 건축의 거장, 스티븐 홀을 만나다

The Master of Modern Architecture, Steven Holl

9월의 어느 날, 한 통의 반가운 메일을 받았다. 월간 건축문화의 출판을 위해 연락을 주고 받던 Steven Holl Architects(이하 스티븐 홀 아키텍츠)에서 건축가 Steven Holl(이하 스티븐 홀)의 한국 방문 소식을 전한 것이다. 10월 1일 한국의 숭실대학교 열리는 ‘제6회 숭실석좌강좌’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이었다. 스티븐 홀의 강연 소식을 전하며 그와의 인터뷰를 원한다면 연락을 달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그와의 인터뷰를 위해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답변을 보내고 연락을 주고받은 나날이 지나고 그와의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인터뷰 전 날인 10월 1일,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는‘ 스티븐 홀의 건축’이라는 주제로 그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그는 그의 대표작을 소개하고 프로젝트가 가진 의미와 설계를 진행하며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요소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번 강연과 함께 숭실대학교 형남공학관 2층에서는 10월 27일까지 ‘스티븐 홀 특별 전시회’도 진행되었다.

 

애초 스티븐 홀과의 인터뷰는 그가 묵고 있는 서울의 한 호텔 로비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터뷰가 예정된 날로부터 이틀 전, 갑작스레 인터뷰 장소가 바뀌었는데 바뀐 장소가 무척이나 특별한 공간이었다. 인터뷰 장소는 일반인이 출입하기 까다롭다고 알려진 성북구의 ‘대양갤러리 하우스'(이하 대양갤러리)였다. 특히 이곳은 한국에 설계된 스티븐 홀의 작품이기도 하다.
조용한 성북동에 자리잡은 이곳은 노출 콘크리트와 동판, 목재의 조화가 무척이나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건물 입구에는 독특한 벽 장식이 있는데, 바로 이 건물의 평면을 보여주는 벽 장식이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마치 미술관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웅장하고 장엄한 느낌이 드는 로비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니 건축가 스티븐 홀을 만날 수 있었다. 그와의 만남을 위해 많은 건축가와 기자들이 모여있었다.
그는 건물 곳곳을 다니며 그의 작품을 정성스레 설명했다. 건축주를 위해 세심하게 배려한 창문 높이, 성북동의 분위기를 담은 정원, 디자인을 위해 지하 공간에 배치한 공조 시설, 천창을 위한 자연 채광 등 곳곳에 그의 애정이 녹아있었다.
이 날은 대양갤러리의 건축주도 함께 했다. 건축주와 건축가를 한자리에서, 그것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만나는 일은 쉽지 않은 일. 건축주는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특히 스티븐 홀이 처음 대지를 보고 그려낸 스케치와 건축물에 대한 애정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라는 말을 전했다. 또, 스티븐 홀의 꼼꼼함을 이야기하며 완벽한 건축물을 위해 수많은 시설을 지하에 배치해 시공에 무척 큰 어려움이 있었다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건축가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다. 스티븐 홀은 7년 만에 이 건물에 방문했다며, 건축물에 대한 감상을 쏟아냈다. 건축물은 건축주의 관리에 따라 그 가치가 점차 드러나는데, 건축주의 애정과 사랑 덕분에 건물이 초기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며 건축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대양갤러리는 내, 외부 공간의 연계가 무척이나 훌륭한 건물이었다.
겉보기에는 수수하고 모던하지만 그 안은 한국적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성북동이 가진 동네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건물이었다. 건축물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 뒤,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인터뷰는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준비한 질문을 모두 할 순 없었다. 아쉬운 대로 월간 건축문화와 건축가 스티븐 홀의 인터뷰 내용을 함께 전한다.

 

월간 건축문화(이하 건축문화): 우리는‘ 월간 건축문화’라는 매체이다. 당신과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 시간 관계상 2가지의 질문을 하려고 한다. 첫째로 당신이 생각하는 한국의 건축, 건축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스티븐 홀: 한국은 5천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건축물과 건축에 대한 출판물이 무척 잘 갖춰져 있다. 이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사는 미국은 3억 명의 인구가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건축과 건축 출판물에 대한 관심이 낮다.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건축문화: 당신은 지금까지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개인적으로는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은지, 아니면 도시적인 스케일의 도시 프로젝트 작업에 관심이 더 높은지 궁금하다.

스티븐 홀: 나는 건축과 도시 두 가지 모두에 관심이 있다. 건축물 작업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더블린의 캠퍼스 마스터플랜처럼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더블린 캠퍼스 마스터플랜 프로젝트의 경우 약 300만㎡의 규모의 큰 프로젝트이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도 건축물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많은 고민을 한다. 건축물 프로젝트처럼 빛에 대한 고민을 하고 환경과 동선에 대한 고민도 한다.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주변 시설과의 연계 역시 중요하다. 앞으로도 두 가지 모두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싶다.

짧게 이어진 그와의 인터뷰가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그는 그 아쉬움을 대신할 몇 장의 스케치를 공개했다. 인터뷰 전, 대양갤러리 건축주는 스티븐 홀의 스케치에 대해 잠깐 언급하기도 했는데 그 내용인즉슨 이곳 대양갤러리를 설계할 당시 대지를 살펴보고 빠르게 스케치를 그렸다는 것이었다.
건축주의 말을 증명하듯 인쇄물에 담긴 대양갤러리 설계 당시의 스케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 날 그가 보여준 스케치는 그야말로 그가 현대건축의 거장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와도 같았다. 그는 가방에서 손바닥 크기의 스케치북과 손바닥 크기의 팔레트를 꺼내 보였다. SEPTEMBER 2018이라고 적힌 그의 스케치 안에는 그의 건축 스케치가 가득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아이디어 스케치라며, 건축주가 독특한 형태의 출입구를 요구한 프로젝트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스케치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인간은 누구나 잠재적인 예술가이자 건축가라는 말을 전했다.
직접 그린 스케치를 내보이며 아이처럼 환한 웃음을 짓던 스티븐 홀. 빼곡한 스케치와 낡은 팔레트를 보니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무던히도 많은 노력과 고민을 했을 그가 새삼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일생을 건축과 함께 했지만 지금도 건축을 공부하고 있다는 스티븐 홀. 틈틈이 건축문화에 대한 애정과 건축물을 잘 관리하고 이용하는 건축주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그를 보니 건축가로서의 품격이 무척이나 높아 보였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내가 생각하던 것 이상의, 어쩌면 내가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건축 열정과 에너지를 가진 건축가일 것이다. 아이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직접 그리고 칠한 스케치를 설명하던 그의 모습을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취재: 박소정 기자

* 위 기사는 월간건축문화 11월 호(V. 450)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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