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10월 29, 2020

여성, 건축가, 꿈?

지난 3월 18일자 《메트로폴리스 매거진 Metropolis Magazine》에 오늘날 여성 건축가의 현황과 우려에 대한 칼럼이 게재됐다. ‘2000년대 13%였던 여성 건축가 비율이 2016년 현재 19%까지 증가했으며, (이런 상황이라면) 남녀 비율이 50:50이 되는 시점은 2093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게 내용의 골자다. 직업에서 성별을 구분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하지만, 아직도 건축 업역에서는 분명 남성과 여성간의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한다.

2014 유럽 여성건축가 현황 ⓒWIDE AR

 

1907년 제정된 미국건축가협회 골드메달은 현역 여성에게 수여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167년 역사의 영국왕립건축가협회 골드메달은 오직 자하 하디드 한 명의 여성에게만, 그것도 최근인 2015년에 수여됐다. 또한, 40여 명의 프리츠커상 수상자 중 여성은 자하 하디드와 카즈요 세지마(공동 수상) 단 2명이다. 2014년 유럽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에서도 여성 건축가 비율은 평균 39%로 남성에 비해 22%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건축학교 학생 중 거의 절반은 여성이지만, 현업 건축가의 남녀 성비는 4:1 정도고, 남성들이 여성보다 28% 가량 높은 소득을 올린다. 2014년 연구에 의하면 여성의 60% 이상이 건축계가 자신들의 권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고, 3분의 2는 성차별을 경험했으며 자주 경험한 경우도 많았다고 조사되었다. 한국은 어떨까? 2014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국내 건축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8.8%에 불과하다. 1967년 한국 최초의 여성 건축사(지 순, 전 간삼건축 상임고문)가 탄생한 이래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남성 건축가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숫자다.

2014 국내 여성 건축사 비율 ⓒWIDE AR

 

그렇다면 왜 한국은 여성 건축가가 적을까? 여성 건축가를 꿈꾸는 사람이 적기 때문일까? 2014년 기준으로, 건축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남녀 성비는 일반대학 기준 2,807명 대 1,079명으로 약 7:3 비율이다.
그리고 설계를 전공하는 대학생 10명 중 3명 이상이 여성이며, 매년 35% 정도의 여성이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한다. 이 중 8.8%만이 건축사를 취득한다는 것은 건축을 꿈꾸는 여성 앞에 남성보다 더 많은 고민의 장벽들이 놓여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차이와 차별 : 건축의 존재와 희망』(공간사, 2006)의 저자 김혜정 명지대 교수는 책 속에서 ‘역사적으로 뛰어난 건축가를 선정하는 가치기준이 남성 시각에 맞춰져 있었고, 남성 위주의 비평 그룹에 여성이 조명 받기 쉽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1991년 로버트 벤추리의 프리츠커상 수상 이후, 그의 작업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한 여성 건축가 데니스 스콧 브라운의 공동 수상에 대한 탄원이 거부된 일화는 유명하다.

 

2014 국내 건축과 졸업 및 취업자 ⓒWIDE AR

 

 

2014 국내 건축 관련 자격증 보유 현황 ⓒWIDE AR

 

지난 3월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향년 65세. 뉴욕타임즈에서는 하디드의 사망과 관련, 온라인을 달구는 여성 건축가들의 상실감에 대한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여성들은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보이지 않은 차별을 받고 있다. 그것은 건축계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닐 것이다. 배움에 뜻을 두고 의욕 넘치게 시작하지만, 막상 부딪혀 본 현실에서 좌절을 느끼고 포기하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너무도 많다. 심지어 하디드조차도 건축을 하면서 느끼는 여성으로서의 수많은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대한민국 여성-건축 관련 통계 35.2%와 8.8%. 청년실업률 12.5% 시대에 성 평등의 가치가 보이지 않게 짓눌려 있다.

 

▶ 해당기사는「와이드AR」2016년 5-6월호(통권 51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박지일 기자 masilpress@masilwide.com

About MasilWIDE

Architecture Communication Company

댓글 남기기